‘배구 월드스타’ 김연경, “터키에서의 생활… 외로운 것만 빼면 괜찮다”[스타인터뷰]

입력 2014-05-13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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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인스포코리아 제공)

세계 최정상급의 월드스타에게 국내 최고의 여자 배구선수라는 수식어는 부족하다. 타츠가와 미노루 감독(62ㆍ덴소 에이비스)은 김연경(26)을 두고 “100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한 천재”라고 표현했다. 당시 김연경이 덴소의 라이벌 팀인 JT 마베라스에서 활약한 사실을 떠올린다면, 미노루 감독의 칭찬은 결코 겸사가 아니다.

매 시즌 MVP와 득점상, 공격상 등을 거머쥔 그는 어린 나이부터 부담감을 다스리는 법을 터득했다. 주축선수로서 느끼는 부담감이 가끔 버겁지 않으냐고 묻자 “부담이 따르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즐기려 노력한다”며 “많은 사람이 나를 바라보며 기대한다는 사실이 경기할 때 큰 힘이 되기도 한다”고 답했다. 부담감은 그의 원동력이었다.

이는 결과로 나타났다. 국내 V-리그 2005-2006시즌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인천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에 입단한 그는 시즌 최하위였던 흥국생명을 통합 우승으로 이끌었다. 프로 데뷔 첫해 정규리그 MVP와 챔피언 결정전 MVP를 비롯해 신인상, 득점상, 공격상, 서브상, 트리플 크라운까지 모두 휩쓴 그는 3년 연속 정규리그 MVP를 수상하는 기염을 토했다.

(사진=인스포코리아 제공)

국내에 그의 적수는 없었다. 배구 관계자들은 ‘최고의 공격수’ 김연경을 해외에 진출시키는 게 한국 배구를 위한 길이라고 말했다. 김연경의 해외 진출은 사실상 예정된 수순이었다. 하지만 흥국생명과의 결별 과정은 그리 순탄치 못했다.

흥국생명에서 4시즌을 보내고 일본과 터키리그로 3년간 임대된 김연경은 자유계약선수 신분 취득 과정에서 흥국생명과 갈등을 빚었다. “그간 이적 문제로 많이 힘들었다. 사실과는 다르게 알려진 부분도 많았다”며 마음고생이 심했던 과거를 떠올렸다. 하지만 그는 밝았다. “어쨌든 모든 게 해결됐으니 괜찮다. 배구에만 집중할 수 있는 지금이 좋다”며 지난 일을 툴툴 털어냈다.

그는 현재 유럽 최대의 터키 배구리그 최상위 팀인 페네르바체에서 레프트 공격수로 맹활약 중이다. 페네르바체는 터키 여자배구리그 2008-2009시즌부터 2011-2012시즌까지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한 터키의 최강팀이다.

“처음 터키에 와서는 솔직히 많이 힘들었다”며 “주위 분들이 많이 도와줘서 이제는 잘 지낸다. 가끔 외로운 것만 빼면 괜찮다”고 자신을 다독였다. “경기나 훈련이 없으면 쇼핑도 하고 네일아트도 받는다”며 “친구들이랑 영화를 보거나 식사를 하고, 스파도 받는다”고 터키에서의 평범한 일상을 소개했다. 나라 분위기가 여유로운 편이라 본인 또한 여유가 생기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사진=인스포코리아 제공)

터키라는 낯선 땅에서 외국인들과 어울려 호흡을 맞추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는 “어떤 선수가 오더라도 처음이기 때문에 힘들었을 거다. 하지만 팀에 적응하고 애정을 가지니 운동 외적인 부분에 신경 쓸 게 없어서 너무 좋다”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운동할 수 있는 환경들이 너무 좋다. 덕분에 잘 적응해내고 있는 것 같다”며 페네르바체의 훈련 시스템을 높이 평가했다.

김연경은 8일 페네르바체와 재계약했다. 페네르바체는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김연경 선수 2년, 에다 에르뎀 선수 3년, 크리스티나 바우어 선수와 1년 계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이번 재계약은 페네르바체의 적극적인 잔류 요청과 페네르바체에 대한 김연경의 고마움이 겹치면서 성사됐다. 페네르바체는 김연경과 흥국생명과의 갈등 해결에 도움을 준 바 있다. 김연경은 “이번 시즌 아쉽게 리그 준우승에 그쳤기 때문에 다음 시즌에는 꼭 터키리그에서 우승하고 싶다. 그리고 유럽 챔피언스리그에서 2012년에 이어 한 번 더 우승을 차지하고, 세계 클럽 챔피언십에 진출해 우승하고 싶다”며 재계약 소감을 전했다.

김연경은 올 시즌 절정의 기량을 선보이고 있다. 비록 터키컵에서 페네르바체가 준우승에 그쳤지만, 득점과 서브 부문 1위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그는 “터키컵을 아쉽게 마쳤지만 경기 결과를 떠나 시합이 주는 교훈이 항상 있다. 준우승을 하면서 느꼈던 부분을 보완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연경을 포함한 페네르바체 선수들은 지난달 26일 새벽 1시(한국시간) 2013-2014시즌 터키리그 여자부 바키프방크와의 챔피언 1차전에서 팔에 검은 리본을 달고 출전했다. 세월호 희생자들을 추모하고자 한 김연경의 요청 때문이다. “한 팀에서 오래 뛰면 팀 동료 선수들에 대해 서로 잘 알다 보니 가깝게 지낼 수 있어 좋다”며 팀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그는 9일 귀국하자마자 오전 11시경 안산 합동분향소를 방문해 조문했다. 그는 “작지만 도움이 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최대한 돕겠다.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면 안 된다”면서 안타까워했다. 안산에서 태어난 김연경은 안산 원곡중학교에서 배구를 했다.

(사진=인스포코리아 제공)

페네르바체 선수이자 대한민국 국가대표 선수이기도 한 김연경. 최근 발표된 2014 인천아시안게임 여자 배구 국가대표 엔트리에 포함된 그는 “선수들과 호흡을 잘 맞춰 좋은 성적을 내고 싶다”며 “일단 재밌게 뛰고 싶다. 한국 대표팀 선수들과 뛸 생각에 벌써 즐겁고 기대된다”고 아이처럼 즐거워했다.

세계 최정상의 자리에 오른 선수에게는 여유가 묻어 나왔다. 한국 여자 배구 대표팀은 김연경이 있기에 든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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