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회장 입원...국내 대기업 '오너 리스크' 우려 부상

입력 2014-05-13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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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입원

▲사진 이투데이 DB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져 입원 중인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공백이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면서 국내 대기업에 만연한 '오너 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부상하고 있다.

오너 리스크란 강력한 카리스마를 갖고 있는 기업 총수의 입김이 기업의 경영활동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을 말한다. 오너에게 모든 것이 집중되어 있다는 것은, 오너의 잘못된 판단이나 공백으로 인해 기업에 미치는 위험이 그만큼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오너 일가의 그룹 장악력이 극대화된 국내 재벌의 특성상 이는 기업은 물론 시장, 나아가서는 국가 경제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12일 주식시장에서는 이건희 회장 입원 소식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 주가가 전 거래일보다 4% 가까이 뛰었고 삼성생명, 삼성물산 등 삼성그룹 내 핵심 계열사들의 주가도 함께 올랐다.

이에 대해 애널리스트들은 이건희 회장 입원 소식 등 이 회장의 건강 문제로 인한 오너 리스크가 삼성의 주가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분석을 내놨다. 이건희 회장의 건강 문제로 인해 그룹 지배구조 개편이 더욱 빨라지고, 확고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여기에 주주에도 오히려 우호적일 것이란 기대감이 함께 작용했다는 것.

하지만 이튿날인 13일 삼성과 핵심 계열사들의 주가는 일제히 약세를 보였다. 전날 지배구조 개편의 최대 수혜주로 꼽혔던 삼성물산의 주가는 2.71% 뛰었으나 13일에는 약보합세다. 4% 가까이 급등했던 삼성생명의 주가도 마찬가지다.

일본의 한 언론은 이건희 회장의 후계자로 유력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 수완에 대한 불확실성과 함께 오너 리스트가 여전히 존재한다고 분석했다. 이건희 회장의 경우, 일본 기업들도 주저했던 반도체 사업에 집중 투자하거나 성장 분야인 의료와 바이오 생명 공학 분야의 인수합병(M&A)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결단력과 앞날을 내다볼 수 있는 통찰력이 있었지만 이재용 부회장 혼자 거대 기업인 삼성을 진두 지휘하기에는 아직 역부족이라는 것이다.

이 일본 언론은 이건희 회장의 철저한 실적주의를 언급하며 국내 재벌의 오너 리스크를 지적했다. 사실 국내 재벌 기업은 총수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다. 중요 결정 시에는 어김없이 오너의 결단이 중요하다는 것. 부진한 사업의 임원들을 대거 경질하는 신상필벌 인사제도는 창업가의 영향력을 강화하는 도구이지만 총수 부재 시에는 그만큼 위험도 따른다.

미국 애플의 경우 고 스티브 잡스 공동 창업자가 떠난 후 한동안 후유증에 시달렸다. 그의 뒤를 이은 팀 쿡 최고경영자(CEO)는 아직도 그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잡스의 유작으로 꼽히는 '아이폰4S' 이후 내놓을만한 혁신 제품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고, 신제품 발표회 때마다 여지없이 잡스에 못미치는 카리스마를 지적당한다. 잡스 사망 이후 한때 애플의 주가도 곤두박질쳤다.

삼성은 회장과 미래전략실, 계열사의 전통적인 경영체제, 이른바 삼각편대가 유기적으로 작동, 이건희 회장 입원에 따른 오너 부재가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하지만 일본 언론은 부모의 유전자를 이어받았어도 엘리트 타입의 이재용 부회장에게선 이건희 회장을 능가할 정도의 기백과 카리스마를 느끼지 못하겠다면서 삼성을 계속 발전시키려면 과감한 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그룹 전체 매출액이 한국 국내총생산(GDP)의 약 20%를 차지하는 삼성인 만큼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 수완이 한국 경제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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