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장 드라마보다 더 잔혹한 2014년의 대한민국[배국남의 직격탄]
“대통령이 세월호 주인인가? 왜 유가족이 청와대에 가서 시위하나? 유가족이 무슨 벼슬 딴 것처럼 생난리를 친다. 이래서 미개인이라는 욕을 먹는 것.”(김호월 전 홍익대 광고홍보대학원 겸임교수)“실종자 가족 중에 전문 선동꾼이 있다.”(권은희 새누리당 의원)“우리나라는 무슨 큰 사건만 나면 우선 대통령과 정부를 공격하고 있다.”(박승훈 보훈처장) “너무나 큰 불행이지만 우리를 재정비할 수 있는, 국민의식부터 재정비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면 꼭 불행인 것만은 아니다”(송영선 전의원)…브레이크 없는 막말 질주가 계속되고 있다.
꽃도 피우지 못한 수많은 어린 학생들을 침몰하는 배에 남겨두고 자신만 살겠다고 제일 먼저 탈출한 이준석 세월호 선장부터 인천지검에 세월호 참사와 관련 조사를 받으러 나오면서 화려한 금빛 의상과 선글라스 거기에 웃음까지 지어 보이는 중견 탤런트 전양자까지 막장의 모습을 보이는 사람들이 끝없이 쏟아진다.
무책임과 무능으로 점철된 정부, 국민은 안중에 없고 권력에만 눈이 먼 정치권, 탐욕으로 얼룩진 기업, 자신의 기득권을 확대 재생산하려는 사람들로 인해 비리와 부패가 관행이라는 미명하에 자행되고 사람보다는 돈을 우선하는 탐욕이 확대재생산 돼 결국 이 땅의 수많은 젊은이들을 죽음으로 내모는 막장 사회가 펼쳐지고 있다. 2014년 5월15일 대한민국의 일그러진 사회의 외면할 수 없는 엄연한 현실이다.
자신의 자식 살리자고 남의 자식 심장만을 빼내려는 재벌, 회사를 차지하기위해 살인마저 서슴지 않는 이복동생, 돈을 위해서라면 수많은 국민의 생명은 안중에도 없는 기업주…2014년 5월15일 TV드라마에서 펼쳐진 풍경이다.
내연남의 부인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서슴없이 내연남의 아내를 살해하려하고 한 여성은 자신의 야망을 위해서 방해가 되는 연인과 장애가 되는 사람들을 무참히 살인한다. 시어머니는 며느리를 내쫓기 위해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시키는 것도 모자라 불륜녀로 둔갑시킨다. 막장 드라마에서 펼쳐지는 모습을 보면서 드라마의 잔혹함과 폭력성, 선정성에 혀를 찼던 시청자와 국민은 “정말 드라마 보기가 무섭다”가 말을 한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와 그 비극을 잉태한 2014년 대한민국의 사회를 보면서 국민은 말한다. 우리 사회가 드라마보다 더 무섭고 잔혹하다고. 그래서 현실을 외면하고 싶다고.
“막장의 징후는 사회가 막장일 때 설득력을 발휘한다. (드라마 스토리의) 막장현상이 지배한다면 그건 전적으로 한국이 막장이기 때문이다”는 아주대 사회학과 노명우 교수의 막장 사회와 막장 드라마의 연계성 분석이 너무나 점잖게 느껴질 정도다.
그동안 수많은 전문가와 시청자는 우리의 정서를 파괴하고 황폐화시키며 우리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막장의 살벌한 현실을 조장하는 막장 드라마의 폐해에 대해 질타했다. 선정성과 폭력성, 자극성을 확대재생산하고 있는 막장 드라마가 돈과 권력을 위해 수많은 사람을 죽음으로 내모는 브레이크 없는 무한질주를 하는 막장 사회를 만든다는 비판을 첨언 하면서.
그런데 지금 우리 사회에서 펼쳐지는 막장의 현실은 드라마의 잔혹성과 폭력성, 자극성을 압도한다. 막장의 현실은 이제 막장 드라마의 극단성을 확장하는 소재와 기제 역할까지 할 판이다.
막장 드라마에 대한 비판에 대해“무슨 소리냐. 현실이 더 막장이지 않느냐. 전문가나 대중매체에서 비판하는 막장 드라마는 막장이 아닌 리얼리티가 높은 현실적인 드라마다”라고 일부 작가와 연기자의 강변과 궤변 앞에 이제는 할 말을 잃게 됐다.
세월호 참사라는 현실의 비극 앞에선 정말 그렇다. 국민의 84.7%가 세월호 같은 사건이 또 반복될 것이라는 한 설문조사 결과는 두렵기까지 하다. 막장 드라마 보다 더 잔혹하고 비극적인 2014년 막장사회의 끝은 어디일까. 정말 공포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