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력원자력이 달라지고 있다. 단기간에 경영 정상화의 궤도에 안착하며 투명한 공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한 행보가 분주한 양상이다.
한수원은 이를 위해 부채와 복리후생 비용 감축, 경영효율화 등을 골자로 경영 정상화 계획을 차근차근 실행에 옮기고 있다. 한수원은 오는 2017년까지 사업조정(2조5847억원), 자산매각(5414억원), 경영효율화(9291억원) 등을 통해 총 4조2308억원의 부채를 줄이기로 했다.
복리후생비 또한 1인당 697만원 수준에서 517만원으로 180만원 감축하기로 했다. 임원의 성과급도 50% 반납하는 등 줄일 수 있는 것은 모조리 줄이기로 했다. 한수원은 이 같은 계획을 통해 2017년까지 부채감축률 30%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무엇보다 조석 사장을 비롯한 임직원들의 경영정상화 의지가 어느 때보다 높다.
한수원은 지난달 2일 창립기념일을 맞아 ‘나눔·소통·미래’를 3대 핵심 추진 전략으로 하는 ‘뉴 스타트’ 운동을 전개한다고 밝혔다. 우선 한수원은 나눔의 일환으로 이달 첫째 주를 ‘이웃사랑 나눔 주간’으로 지정, 모든 사업소가 동참하는 전사적인 나눔활동을 펼치기로 했다.
여기에 한수원은 소통을 강화해 국민 신뢰 회복에도 힘쓴다. 원전을 개방해 대국민 소통에 적극 나서기로 한 게 대표적이다. 한수원은 지난달 4일과 5일 양일간 사진 마니아들을 초청, 월성원전 인근 및 한수원 본사가 건립되고 있는 경주시 일원을 사진에 담는 출사 이벤트를 개최하기도 했다.
또 국민과 함께하는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미래 전략을 수립하기 위해 미래발전위원회를 구성, 주요 경영 현안에 대한 논의의 장을 마련한다.
조석 한수원 사장은 “안전한 원전 운영을 바탕으로 깨끗한 기업문화를 조성함으로써 글로벌 그린 에너지 리더로 거듭날 것”이라며 “거문고의 줄을 바꾸어 매는 해현경장(解弦更張)의 각오로 제2창사에 나서야 한다”고 독려하고 있다.
이를 통해 조석 사장은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묵인한 비정상적 행태를 되돌려 놓겠다는 의지를 강력히 관철하고 있다. 조 사장은 “낡은 시스템을 바꾸고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던 선조처럼 한수원도 새로운 미래를 위해 잘못된 부분은 바로잡고 혁신해 비정상을 정상화하겠다”고 다짐했다.
한수원은 경영 정상화와 더불어 중소기업과의 동반성장 역시 새로운 전기를 맞이하고 있다. 직접지원 방식을 벗어나 원전 산업 생태계 전반의 경쟁력 향상을 위한 징검다리가 되겠다는 전략이다.
공공기관 중 최초로 협력기업 직원을 원전 현장에 배치해 직장 내 교육훈련(OJT)를 시행하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협력 중소기업의 애로사항인 자금난 등 ‘손톱 밑 가시’의 경우 50여 개를 발굴해 각 실무부서의 검토를 거쳐 43건을 조치했다. 창립기념일에 맞춰 31개 중소 협력기업과 ‘산업혁신운동 3.0’ 추진 협약을 맺은 것도 이 같은 방침의 일환이다. 2017년까지 150개 협력기업에 총 30억원을 투입해 생산성 향상과 기술 혁신을 지원할 계획이다.
보유기술의 이전, 해외시장의 동반진출 추진 등 공공기관에서 드물게 ‘진정한 동반성장’을 위한 실질적 대책도 마련해 추진 중이다.
실제로 한수원은 지난달 28일 상호협력 협약(MOU)을 벤처기업협회와 체결했다.
협약을 통해 한수원은 자체 보유한 고유 기술을 벤처기업에 이전해 원전산업계의 진입을 돕는 등 벤처기업에 특화된 동반성장 지원 정책을 펼친다. 또 원자력 관련 벤처기업에 대해 ‘기술멘토링’ 서비스를 지원하는 한편, 해외 비즈니스 상담회 참가를 지원하고, 원전 본부별 구매상담회에서 벤처기업 제품에 대한 순회 설명회를 진행할 수 있도록 돕기로 했다.
이번 협약을 위해 한수원은 벤처기업이 필요로 하는 프로그램과 그간 쌓아온 중소기업과의 동반성장 노하우를 더해 기술멘토링과 해외 비즈니스 상담회 참가를 지원하기로 했다. 아울러 원자력 기초 교육과 동반성장 뉴스레터 발송 등의 상호 협력 프로그램 또한 추진키로 했다.
한수원 관계자는 “이번 업무협약을 통해 한수원은 원전산업이 폐쇄적이라는 과거 이미지를 말끔히 씻어 내는 동시에, 벤처기업은 승승장구할 수 있도록 성장사다리 역할을 함으로써 창조경제 실현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채 개선 등 경영 정상화를 위한 노력이 한수원의 과거 청산과 현재의 혁신에 중점을 둔다면 오는 2015년 준공을 목표로 한 경주시 본사 이전은 한수원의 미래를 약속하고 있다.
이와 관련 한수력은 지난 3월 경북 경주시 양북면 장항리 본사 사옥 건립 현장에서 신사옥 기공식을 열었다. 사옥은 부지 15만7000여㎡, 건축 연면적 7만2000여㎡에 지하 1층·지상 12층 규모로 건설된다.
각종 친환경 기술로 연간 2800톤 이상의 탄소배출량을 줄이고 조명에 신재생에너지를 적용하는 녹색건축물 최우수, 에너지효율 1등급 건축물로 지어진다. 특히 경주시와의 다양한 협약사업을 통해 지역과 함께 발전하는 상생경영을 새롭게 열어 가겠다는 구상이다.
이 같은 한수원의 개선 노력에 대해 전문가들의 시각도 긍정적이다. 한 전문가는 “2년간의 한수원 문제가 서서히 마무리 단계에 있다”며 “이 같은 자구 노력에 힘입어 올 하반기부터 한수원의 경영개선 성과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