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재룡의 똑똑한 은퇴] 노후생활과 주택

입력 2014-05-15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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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재룡 한국은퇴연구소장

우리나라에서 노후를 준비할 때 가장 고민스러운 것은 주택 문제다. 주택은 전체 재산 중에서 70~80%를 차지하는 최대의 자산이다. 중년 중에서 은퇴 후 연금으로 노후생활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 사람은 30%대에 불과하다. 즉 연금과 금융자산은 부족하고, 유동성이 떨어지는 부동산이 절대적으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특징이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노후준비를 제대로 하기란 생각보다 어렵다. 결국 부동산을 잘 활용해야 노후생활이 원활하게 풀려 나간다는 말이 된다. 하지만 부동산의 미래는 생각보다 더 암울하다. 이 문제를 고민하는 데 있어서 우리보다 고령화가 20여년 앞서 진행 중인 일본이 반면교사가 될 수 있다.

일본은 요즘 빈집이 사회문제로 대두하고 있다. 전국에 약 800만 채의 빈집이 산재해 있는데, 이는 전체 주택의 13%에 달하는 수치다. 최근 10여년 동안 거의 두 배의 속도로 빈집이 증가하고 있으며, 2028년이 되면 전체 주택의 23.7%가 빈집으로 남게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미 수년 전부터 인구가 줄어들기 시작한 일본에서는 빈집 문제가 일부 지방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차원의 문제로 커지고 있다.

일본은 우리나라와 달리 목재로 만든 단독주택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집주인이 고령으로 사망하거나 요양원으로 이사하고 나면 관리가 전혀 되지 않는 빈집이 생기게 된다. 이미 지어진 지 40~50년이 넘는 빈집들은 임대나 재활용하기에는 너무 낡아 있으며, 젊은 근로자들이 활용하기에는 도심에서 멀리 위치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결국 빈집으로 방치되고, 자연스럽게 도시 흉물로 전락하게 된다. 이웃으로선 관리 부재에 따른 화재가 염려되고, 전염병과 범죄의 온상이 되니 매우 골치 아픈 상황에 부닥치게 된다. 결국 정부나 지자체가 나서서 빈집을 허무는 재정지출을 부담하고 있다. 교토의 경우 낡은 목조 건물의 빈집을 매년 900채 넘게 해체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모습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의 장기 인구추계에 의하면 우리나라 인구는 2030년 5216만명으로 최대치를 기록한 다음 급속도로 줄어들기 시작해 2060년에는 4396만명이 될 것으로 보인다. 불과 30년 만에 최고치 대비 15%의 인구가 감소하는 시대가 다가온다는 말이다. 정부는 2060년까지의 인구만 예측하지만 국회예산처에서 좀더 장기적으로 예측한 자료에 의하면 2100년 우리나라 인구는 2149만명으로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결국 출산율이 1.3명을 지속하면 전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인구감소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인구감소 시대에는 주택이 남아돌게 된다. 그 여파가 당장은 아니더라도 언젠가는 우리 사회에 충격적으로 다가올 것이다. 인구감소 현상 말고도 주택문제를 더 악화시키는 요소는 얼마든지 있다. 저성장, 저물가도 추가적으로 악영향을 줄 것이며, 주택의 노후화 현상도 더해질 것이다. 옛날 방식으로 지어진 아파트는 안전하게 거주할 수 있는 수명은 약 40년으로 추정된다. 한국에서 가장 많은 인구를 차지하는 베이비 부머들이 사는 아파트들은 지어진 지 20년 이상 된 아파트가 많다. 특히 이들이 거주하는 분당, 일산, 산본과 같은 신도시는 전형적인 사례라고 볼 수 있다. 금융재산이나 소득이 부족한 중장년들이 재건축이나 리모델링을 통해 아파트의 수명을 늘릴 수 있을지 궁금하다. 주택연금과 같은 주택 활용화 방안이 얼마나 활성화될지도 우리나라의 노후설계에 큰 영향을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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