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세월호 참사보다 더 슬픈 두가지 비극 -김광일 편집국 부국장 겸 뉴미디어실장

입력 2014-05-15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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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 전체를 통곡의 바다로 만들어버린 세월호 참사가 남긴 교훈은 대한민국이 두 가지 치명적 결함을 안고 있다는 사실을 또렷하게 확인해줬다는 점이다.

첫 번째 결함은 이 나라에 정직한 리더가 없다는 사실이다. 세월호가 침몰한 지 한 달이 되도록 대통령은 물론, 정치인, 사회적 지도자 누구도 국민 정서에 목을 매며 눈치만 볼뿐 국가 차원의 올곧은 목소리를 내는 리더가 단 한 명도 없다는 사실이다.

9·11테러든, 세월호 참사든 국가적 비극에 집단 우울증 증세를 보이는 5000만 국민을 추스르고 빠르게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게 하는 국가대표급 리더가 안타깝게도 우리에겐 없다.

대통령을 비롯한 청와대는 2008년 이명박 정부를 흔들거리게 한 촛불시위를 떠올리며 행여 하나 유가족과 범국민적 정서에 손톱만큼의 반감이라도 일으킬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정치권과 관료들은 관피아(관료마피아)의 주범으로 몰리며 살아남기 위해 필사적인 생존전략에 올인중이다.

저녁 시간 손님이 없어 폐업 직전인 식당들이 전국에 즐비하고, 수많은 자영업자는 물론 실물경제가 파탄 일보 직전이지만 누구 하나 훌훌 털고 일어나 일상으로 돌아가자며 긍정의 에너지를 던져줄 리더는 보이지 않고 있다.

한 가정에 비극이 생겼다고, 회사 내 참극이 터졌다고 가장과 사장이 울고 있는 가족과 사원들을 몇 달째 바라만 보고 있으면 어떻게 되겠는가? 슬픔에 빠진 가족을 추스르고, 일으켜 세워야 한다. 그게 가장이고 사장이다.

모든 국민이 집단 우울증세를 보이고, 실물경제가 붕괴 일보 직전이건만, 대통령도, 정치적 지도자도, 재계 지도자도, 인권지도자도, 교수집단도 이 나라 리더급 누구도 총대를 메고 "훌훌 털고 일어섭시다"라고 외치는 이가 없다.

개념 없는 기득권자라며 사이버테러를 당할까 봐 다들 눈을 감아버린 형국이다.

슬프게도 우리에겐 진정한 리더가 없다. 대통령, 장관, 당 대표 등 직급만 높다고 리더가 아니다.

두 번째 드러난 결함은 관피아를 척결, 국가시스템을 개조할 수 있다는 착시현상이 이 나라 전체를 뒤덮고 있다는 사실이다.

관피아는 박근혜 대통령이 호언장담한 것처럼 단박에 깨부셔 개혁할 수 있는 가벼운 존재가 아니다.

관피아는 우선 어디 한두 군데가 아니고, 부처마다 있다. 관피아의 원조인 모피아(기획재정부+금융)를 비롯해 법피아(법무부), 국피아(국토교통부+건설), 교피아(교육부+교육계), 산피아(산업통산자원부+재계), 해피아(해양수산부+해운업계), 여피아(여의도정치권+산하단체) 등 전 부처마다 형성돼 있는 게 현실이다.

관피아의 핵심은 재직시 숱한 위인설관(爲人設官)형 기관과 단체를 만들어놓고, 고시 선후배들이 정년퇴임시 서로 자리를 챙겨주는 이권독점이다.

또 각종 이권과 규제권한을 가진 산하단체로 옮겨 특정 산업계 로비창구 자리로 활용,선후배가 떡고물과 뇌물을 나눠 갖는 악취풍기는 부패 연결고리의 핵심이 관피아의 본질이고 낙하산인사의 원동력이다.

문제는 40년넘게 이어져온 관피아의 연결고리와 견고함은 5년 단임 대통령이 결코 해체할수 있는 수준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대통령이 임기내 한 개 부처 관피아만 척결해도 어마어마한 성과를 낸 것으로 역사적으로 평가받을 수 있다.

왜냐하면 관피아 개혁을 공무원 스스로 해야 하는 구조인 데다, 관료들은 절대 스스로 손가락을 자르지 않기 때문이다.

관료들은 관피아가 일상이고, 정년퇴임 2, 3년 전부터 꿀과 젖이 흐르는 산하기관을 찾아내 윗선 아래선 줄대는 데 전력투구한다.

핵심은 관피아척결과 국가개조를 절대 공무원들 손에 맡겨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하지만 공무원을 데리고 일을 하는 대통령도, 현 정권도 관피아 척결, 국가시스템을 바꿀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국민들은 이제 두 번, 세 번 계속해 속으며 소중한 300명 아이의 목숨을 또다시 잃어버리는 처참한 비극을 반복할 수 없다.

세월호 참사후 정부가 보여준 행보를 보면, 이번 비극이 던져준 2가지 교훈은 반면교사가 아닌, 앞으로도 제 2, 제 3의 세월호 참사가 반복할 수 밖에 없다는 좌절감만 확인시켜 주고 있을 뿐이다.

책임과 희망은 없고 립서비스만 무성할 때, 비극은 순식간에 분노와 거대한 저항으로 이어진다. 역사가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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