덜커덩 드르르르륵
광막한 도심 대기의 창 너머로
마지막 전철 박음질 마감하는 소리 들린다
새벽부터 실을 골라 몸에 감았을
아내의 바느질은 아직 끝나지 않았는가
작문에 수학 정해에 벌써 맨투맨까지
책갈피 속에서 온종일 낑낑대고 있는 큰 녀석
책가방에 신발주머니에 학력평가지
신발장 위 축구공처럼
바짝 쪼그라져 있는 작은 녀석
아내는
풀죽은 눈빛들을 미소로 끌어안으며
어린 그 가슴 먼저 기웠을 게다
바느질이 끝나지 않은 아내의 어깨 너머
끝 무뎌진 커다란 대바늘로
서울을 깁고 있는 남산이 보인다
꽃 지고 잎사귀 말라가는 시절이 안쓰러워
차마 나는 밑단 풀린 속 보이지 못하고
실타래 수북한 화장대 옆에
때묻은 작업복 슬며시 눕혀 놓는데
반짝이는 순금 바늘 아내가
사랑의 실 길게 끌며 구멍난
내게로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