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스로 잔류 성공한 '전통의 명가' 함부르크, 명가 지키기는 이제부터 시작<차상엽의 독일축구 이야기>

입력 2014-05-19 0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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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류를 확정지은 뒤 환호하는 함부르크 팬들(사진=AP/뉴시스)

독일 분데스리가 '전통의 명가' 함부르크 SV가 강등 위기에서 극적으로 벗어나 잔류에 성공했다. 함부르크는 19일 새벽(이하 한국시간) SpVgg 그로이터 퓌르트와의 승강플레이오프 2차전 원정경기에서 1-1 무승부를 기록하며 1,2차전 합계 2무승부로 동률을 이뤘지만 원정 다득점에 가중치를 주는 규정에 따라 가까스로 1부 잔류에 성공했다.

분데스리가는 1부리그 17, 18위를 차지한 팀이 2부리그 1, 2위를 차지한 팀과 자리를 바꾸고 1부리그에서 16위를 차지한 팀은 2부리그 3위를 차지한 팀과 홈앤드어웨이의 승강플레이오프를 치러 1부리그로의 잔류 혹은 승격을 결정짓는다.

함부르크는 올시즌 1부리그 16위를 차지해 승강플레이오프를 치러야 했고 2부리그 3위를 차지한 퓌르트와 플레이오프를 치렀다. 함부르크는 1차전 원정에 0-0 무승부를 기록해 잔류가 불투명했다. 2차전 원정경기에서 함부르크는 전반 14분 피에르-미셸 라소가가 선제골을 터뜨렸고 후반 14분 슈테판 퓌르스트너에게 동점골을 허용해 1-1로 비겼지만 원정 다득점으로 잔류를 확정지었다. 퓌르트는 지난 시즌 2부리그로 강등된 후 곧바로 승격을 노렸지만 막판 고비를 넘지 못하며 아쉬움을 남겼다.

함부르크의 잔류 확정은 분데스리가 역사에서 갖는 의미가 크다. 함부르크는 분데스리가 1부리그 역사상 강등을 단 한 차례도 당하지 않은 팀으로 51번째 시즌을 끝낸 올시즌까지 유일하게 전 시즌을 1부리그에서만 보내고 있는 팀이다. 바이에른 뮌헨, VfL 볼프스부르크, 1899 호펜하임 등은 물론 지동원과 홍정호의 소속팀 아우크스부르크 등 단 한 차례도 2부리그로 강등된 바가 없는 팀들의 예는 적지 않다. 하지만 함부르크처럼 모든 시즌을 1부리그에서만 보내고 있는 팀은 없다. 2013-14 시즌까지 51시즌을 모두 1부리그에 개근하고 있는 유일한 팀인 셈이다.

올시즌 함부르크가 2부리그 강등됐다면 분데스리가를 지탱해온 수 많은 역사들 중 하나가 사라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비록 함부르크가 51시즌 중 우승을 차지한 것은 단 3번에 불과하고 그나마도 마지막 우승은 1983년이었을 정도로 오래 전 일이지만 통산 23번의 분데스리가 우승(분데스리가 정식 도입 이전 포함시 24번)을 차지한 바이에른도 가지지 못한 기록인 동시에 도전할 수 없는 기록이다. 비록 리그 분데스리가 우승 경력은 1964년과 1978년 단 두 차례 뿐이지만 분데스리가 역사를 논할 때 원년 우승팀인 1.FC 쾰른을 항상 언급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전시즌 1부리그 개근의 기록을 이어가고 있는 함부르크 역시 분데스리가 역사의 한 페이지를 차지하고 있고 그 기록을 이어갈 수 있게 된 셈이다.

비록 함부르크는 천신만고 끝에 잔류를 확정지었지만 향후 과제는 적지 않다. 올시즌을 포함해 최근 세 시즌간 15위-7위-16위 등 전체적으로 경쟁력이 크게 떨어져 있어 전력을 끌어올려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상황은 그리 녹록치 않다. 라소가가 임대를 마치고 헤르타 베를린으로 원대복귀해야 하는데다 올시즌 11골로 라소가에 이어 팀내 득점 2위를 기록한 19세 유망주 하칸 칼한노글루 역시 명문 구단들의 영입 리스트에 올라있어 함부르크로서는 그를 지키기 벅찬 상태다. 올시즌을 소화하며 한계를 드러낸 수비진 역시 획기적인 영입이 없을 경우 다음 시즌에도 전망이 어둡지만 올시즌 성적으로 볼 때 함부르크가 내세울 수 있는 메리트는 거의 없어 보인다.

자칫 함부르크의 위기는 올시즌 단 한 차례도 끝나지 않을 가능성도 크다. 올시즌 강등의 위기를 넘긴 것은 분명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공격적인 선수 영입은 물론 기존 선수들을 지키는 일이 동반되지 않으면 올시즌의 위기는 반드시 다시 찾아올 가능성이 높다. 전통의 명가라는 타이틀을 지키기 위한 함부르크의 싸움은 끝난 것이 아니라 다음 시즌부터 다시 시작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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