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로벌 자동차산업에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과거 완성차업체들이 자동차산업의 주도권을 가졌으나 이제 보쉬와 콘티넨탈 등 메이저 부품업체들로 주도권이 옮겨가고 있다고 18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스트래티지앤컨설턴시의 젠스 낵마이어 파트너는 “자동차산업 지배력이 바뀌고 있다”며 “엔지니어링과 기술, 혁신의 핵심이 이제는 완성차가 아니라 부품공급업체에 있다”고 말했다.
전 세계 16개 완성차업체의 연간 판매량이 100만대를 넘었는데 이들 업체에 핵심부품을 공급하는 주요업체는 10곳에 불과하다.
이는 소비자가 BMW나 아우디, 메르세데스-벤츠 등 어떤 브랜드를 고르던지 브레이크는 콘티넨탈, 배터리는 존슨콘트롤 등 부품은 같은 업체가 공급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FT는 설명했다.
특히 매출 기준 세계 최대 자동차부품업체인 보쉬의 부품은 전 세계에서 팔리는 거의 모든 차에 들어간다고 FT는 덧붙였다.
부품업체가 대형화되면서 글로벌 100대 부품업체 가운데 ‘톱 10’이 전체 매출의 60%를 차지하게 됐다. 또 이들 메이저 부품업체의 매출 증가율은 지난 10년간 그들의 고객인 완성차업체를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이들 업체는 가격결정이나 기술변화 추이 등에서 이전보다 더 큰 영향력과 협상력을 가지게 될 전망이다.
사실 이런 변화는 완성차업체가 자초한 측면이 크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지적했다. 많은 완성차업체가 연구ㆍ개발(R&D)을 아웃소싱하면서 점점 더 부품업체에 기술을 의존하게 됐다.
또 완성차업체가 신흥시장 공략을 위해 중국과 브라질 등 해외에 공장을 세우고 있는데 이에 발맞춰 인근에 부품공장을 설립할 역량도 대기업밖에 없다는 평가다.
자동차 내부 시스템에서 부품업체들이 제공하는 제품 비중은 85%에 이르게 됐다. 자동차업체가 보유한 독자엔진을 제외한 전 부분이 이들 공급업체로부터 나오는 것이다. 이에 완성차업체들은 진정한 제조업체라기보다는 브랜드를 가진 단순 조립업체에 불과하게 됐다고 FT는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