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사고 대응에 실패한 정부가 재난·안전 관련 예산내역을 요구하는 야당 의원들에게 엉뚱한 자료를 제출하고, 그 외 자료요구엔 제대로 응하지 않는 등 불성실한 태도를 보여 뭇매를 맞았다. 안전 예산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질타도 이어졌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19일 전체회의를 열고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불러 정부의 세월호 사고 지원대책 및 재난·안전 예산현황을 보고 받았다.
하지만 보고가 끝난 후 본격적인 질의가 시작되기도 전에 야당 의원들에게선 비판이 쏟아졌다.
통합진보당 김재연 의원은 격앙된 목소리로 “개별요청 자료는 하나도 안 주면서 업무보고 내용은 너무 부실하다”며 “세월호 피해자, 피해주민 등 지원대책은 딱 한 페이지인데다 전체 지원 예산도 없고 각 지원 항목별 세부예산도 없다. 지원주체도, 지원시점, 지원방법, 근거법령도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는 이렇게 구조에도 느리고 지원에도 느리다. 지원이나 예산을 파악하는 것도, 보고에도 느리다”며 “도저히 질의를 할 수 없다”고 말하곤 회의장을 떠났다.
새정치민주연합 김현미 의원은 기재부가 들이민 ‘공공질서 및 안전 예산’을 문제 삼았다. 명확한 재난·안전 예산 분류 없이, ‘OECD와 IMF 등의 정부지출 분류기준’에 따른 것이라며 법원·경찰과 같은 질서 및 안전담당기관 예산까지 포함시켜 “공공질서 및 안전 예산이 15조8000억원”이라고 밝힌 대목이다.
김 의원은 “안전 예산이 15조8000억원이라니, 이 돈 있는 나라에 72시간 동안 바닷속에 아이 구하러 간 사람이 얼마나 되나”라며 “세월호 참사는 대한민국이 빛 좋은 개살구라는 걸 보여준 사고인데 이런 자료를 또 갖고 오면 어떻게 하나”라고 질타했다.
그는 “15조8000억원 있는 나라에서 아이들 300명이 죽어가나. 이 돈 갖다 어디다 썼느냐”면서 “해양구조 관련 인력과 그와 관련된 예산 내역을 달라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의당 박원석 의원도 “자료 제출 안하는 걸 넘어 이건 허위 보고”라면서 “정부가 작년에 제출한 국가재정운용계획을 보면 중앙정부 안전예산은 9440억원”이라고 꼬집었다.
박 의원은 “그나마도 안전예산에서 자연재해 대비 예산을 제외하고 나면 사회재난 대비 예산은 얼마 되지도 않는데 법원, 헌법재판소, 경찰, 검찰 예산까지 갖고 온 건 허위자료 제출한 것 아닌가”라며 “이런 자료로 어떻게 재난안전 예산 대책을 논의하나”라고 했다.
이에 현오석 부총리는 “안전예산 범위의 구획정리가 돼야 정확한 예산을 줄 수 있는데 쉽지 않다”고 버텼지만, 새누리당 의원들도 “성실히 자료제출해달라”(나성린 의원), “15조8000억원 구체적인 자료를 빨리 갖고 오라”(류성걸 의원) 등 잇따라 지적하자 결국 현오석 부총리는 “최선을 다하겠다”고 고개를 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