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석] 일등·최고·성공, 그리고 경쟁 -강해성 한국예술교육진흥원 예술 강사

입력 2014-05-20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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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사회는 공정한 경쟁을 통한 이익이 발생하기를 바라고 염원한다. 소속된 사회라는 영역 안에 포함돼있다면 인간은 생을 마감할 때까지 경쟁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다. 사람과 국가의 발전을 위해서 경쟁은 꼭 필요 충분한 조건이 됐으며, 선의의 경쟁은 부를 창출하고 최고의 자리를 만들어 줬다. 하지만 이러한 명목 아래 과도한 경쟁은 사람들을 병들게 하고 있다.

경쟁을 부추기는 행위는 외부의 과부하 된 자극들을 어떻게 받아 들이냐에 따라 그 수준이 결정되고 위협적인 긴장의 감정들로 받아들이게 된다. 어떤 과제나 목표를 결정하기 위해서는 언제나 경쟁불안이 필연적으로 수반되는 것이다. 그러나 인간은 고통스러운 불안요소를 떠안으면서까지 그것을 지속할 이유를 만들려 하지 않는다.

연령대를 구분치 않고 우리나라 자살률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국가 중에서 1위를 차지한다. 성적 비관, 경제적 빈곤 등 이유는 다양하지만 원인은 하나이다. 바로 치열한 경쟁이 불러온 비극적 현상이다. 또한 교육 과열 경쟁 시대에 돌입해 정부는 매년 교육비 절감을 위한 공약을 내세우지만, 현실은 공약을 무색하게 만들만큼‘에듀 퓨어’즉 교육 빈곤층이라는 신조어를 탄생시켰다. 한 아이의 대학까지 들어가는 평균 교육비가 3억원 이상이라는 뉴스를 으레 접하게 되었고, 빚을 진 교육비 부담에도 불구하고 열기는 꾸준하다. 이는 교육 경쟁과열과 함께 정부의 교육재정 확충이 시급한 상황이 도래함을 의미한다.

문제는 경쟁이 너무 심화해 인간미가 추락한 개인주의적, 이기적인 사회가 되어버리는 건 아닐까 하는 우려가 된다는 말이다. 친구를 미워하고 그 친구를 이기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아이들, 성적을 비관하며 자살하는 수험생들, 실직의 두려움으로 귀농이나 창업을 꿈꾸는 회사원들, 좋은 대학에 보내기 위해 뒷돈을 전달하는 학부모들, 불법 리베이트를 어쩔 수 없이 하나의 방편으로 내세우는 기업들 모두 극도의 경쟁 과열이 낳은 어두운 현실이다.

몇 년 전 할리우드의 유명 배우 나탈리 포트만(Natalie Portman)이 세계적으로 유명한 고전발레〈백조의 호수>를 재해석한 영화 <블랙 스완>이 기억난다. 내적 갈등과 외적 대립의 경쟁에서 펼쳐진 한 인간의 고통을 바라보는 것 같아 마음이 편치 않았다. 경쟁 부추기를 버텨내지 못하고 스스로 자학하면서까지 일등의 자리인 프리마돈나가 되기 위한 주인공의 욕망이 결국 자신의 인생을 파국에까지 치닫게 만드는 과정에서 특정 발레리나의 모습만이 아닌 우리 시대 현실적 자화상을 보여주는 듯했다.

이번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김연아가 심판들의 오류라는 명목 하에‘우리 마음속엔 영원한 금메달’임을 강조하듯이 아무리 오심 판정이라 하더라도 이미 결정된 결과를 사람들은 인정하지 않았다. 아쉬운 마음에 대한 안타까운 표명이라고 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도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무척 속이 상한 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 이면에 일등이 최고라는 우리사회의 잘못된 인식이 낳은 부산물은 아닐까하고 조심스레 의심해본다.

현 사회는 일등, 최고, 성공을 통한 부와 명예를 얻기를 갈망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경쟁이라는 요인이 항상 수반되며 경쟁에서 이겨내기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비인간적인 사회풍토가 생겨나기도 한다. 이제는 엘리트 교육과 일등만을 추구하는 삶에서 벗어나 자연과 인간을 되돌아보는 계기를 마련하고 인생을 즐길 줄 아는 지혜가 필요하다. 그러한 지혜는 개인이 만들어 가기에는 역부족이다. 사회가 함께 분위기를 조성하고 만들어가야 할 시기가 아닌가 하는 바람이다.

우리는 마음으로 소통하는 인간이다. 건강한 사회는 인간의 따스함과 정을 느끼려 노력하지만, 비인간적 사회는 경쟁을 부추기기에 여념이 없는 인간미가 배제된 병든 사회가 됨을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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