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스타들의 은퇴 소식이 이어지고 있다. ‘빙속의 전설’ 이규혁(36), ‘피겨 여왕’ 김연아(24), ‘산소탱크’ 박지성(33)이다.
올해는 동계 올림픽과 FIFA 월드컵, 아시안게임 등 스포츠 빅 이벤트가 집중된 만큼 은퇴를 미뤄왔던 선수들이 하나 둘 은퇴 선언에 나서고 있다. 월드컵과 아시안게임 뒤에는 더 많은 스포츠스타들이 은퇴를 선언할 전망이다.
그러나 스포츠 스타들의 은퇴는 단순히 그라운드를 떠나는 데 그치지 않는다. 남다른 감동과 의미가 부여되기 때문이다.
여섯 번의 올림픽 도전을 통해 단 하나의 메달도 획득하지 못한 이규혁은 나이를 잊은 투혼이 빛났다. 지난 4월 7일 은퇴식을 갖고 빙상계를 완전히 떠난 이규혁은 2014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감동의 레이스를 선보이며 많은 사람들을 감동시켰다.
이규혁은 한국 스포츠를 통틀어 유일하게 6회 연속 올림픽 출전이라는 대기록을 남겼다. 무려 24년간 국가대표를 유지하며 꾸준한 성적을 올린 결과다. 비록 메달은 획득하지 못했지만 그가 남긴 도전정신은 후배 스케이터들에게 무한 감동을 안겼다. 이규혁은 “부족한 걸 알기 때문에 더 노력했다. 올림픽 메달엔 미련이 없다. 올림픽 6회 연속 출전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건 다 얻었다”고 말했다.
‘피겨여왕’ 김연아의 마지막 무대는 많은 사람을 아쉽게 했다.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한국에 사상 첫 피겨스케이팅 금메달을 안긴 김연아는 2014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올림픽 2회 연속 메달이라는 값진 기록을 남겼다.
그러나 김연아는 안무가 데이비드 윌슨의 따뜻한 격려의 말에 눈물을 보였다. 길었던 선수생활을 눈물로 대신한 것이다. 김연아는 은퇴 후 학업을 위해 대학원 진학을 준비 중이다. 최근 고려대 사범대 체육학 대학원 입학을 위해 구술 면접을 치른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김연아의 은퇴는 아쉬움과 씁쓸함이 교차한다. 한국 피겨의 척박한 환경과 제2~3의 김연아 발굴이라는 산적한 과제를 남겼기 때문이다.
박지성은 14일 경기 수원의 박지성축구센터에서 올 시즌을 끝으로 선수생활을 마감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무릎 부상 악화로 인해 다음 시즌을 준비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브라질월드컵을 한 달 앞둔 상황에서 혹시 모를 박지성의 복귀를 기대했던 팬들은 아쉬움을 나타냈다.
박지성은 2000년 일본 J리그의 교토퍼플상가(교토상가)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한 후 2002 한·일 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이 됐고, 월드컵 후에는 네덜란드 PSV아인트호벤으로 이적해 유럽 무대를 호령했다. 이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입단, 숱한 명장면을 만들어내며 자신의 축구인생 정점을 찍었다. 맨유 퇴단 후 퀸즈파크 레인저스에서 활약했고, 다시 유럽 진출 첫 구단이었던 PSV아인트호벤으로 돌아가 축구인생을 마무리했다.
박지성은 노력과 성실함의 아이콘이다. 신체적·환경적 결함을 꾸준한 노력으로 극복, 전 세계 축구팬들에게 감동을 선사했다. 한때 파벌에 밀려 대표팀에 중용되지 못했지만 거스 히딩크 전 대표팀 감독과의 만남을 통해 단 한 번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박지성은 은퇴 기자회견에서 “선수 생활 동안 내가 원했던 것보다 더 좋은 결과를 얻었다. 축구선수 박지성은 여기까지다. 앞으로 받은 사랑을 갚아나가는 인생을 살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