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살리려 예산 당겨쓴다는 정부…일자리ㆍSOCㆍ수출중기 지원액은 저조

입력 2014-05-21 09:07 수정 2014-05-21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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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침체된 경기를 살리기 위해 재정을 조기집행 한다면서 일자리, 사회간접자본(SOC), 수출 중소기업 지원을 위한 씀씀이는 인색한 것으로 드러났다. 빠듯한 나라살림에도 세월호 참사에 따른 내수 위축에 대비해 예산을 앞당겨 쓰는 고육책을 내놓고도 정작 경기파급 효과가 큰 분야에 대한 지원은 저조한 것이다.

기획재정부가 20일 발표한 ‘5월 재정동향’에 따르면 올해 주요 관리대상사업은 연간계획 299조4000억원 중 4월 말까지 111조원을 집행했다. 연간 계획 대비 37.1%의 집행률이다. 주요 관리대상사업이란 인건비와 기본경비, 보전지출, 내부거래를 제외한 주요 사업비(공공기관 사업비 포함)를 뜻한다.

지난 1분기 주요 관리대상사업 집행 실적은 86조1000억원으로 연간 계획 대비 28.8%의 집행률을 기록했다. 당초 1분기 계획(83조9000억원) 보다 2조2000억원이나 초과 집행한 것이다.

정부는 지난 9일 긴급 민생대책회의를 열고 세월호 참사에 따른 내수 위축을 막기 위해 5~6월 중 재정지출을 당초 계획보다 7조8000억원 늘리기로 했다. 중앙 정부와 지방 정부(광역자치단체)의 상반기 재정집행률은 55%에서 57%로 끌어올리기로 했다. 경기 회복 조짐이 미약한 가운데 세월호 참사로 소비 심리가 위축된 데 따른 경기 부양책이다.

이처럼 전체적으로 예산 조기 집행률은 올라갔지만 경기파급 효과가 크고 국민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SOC(사회간접자본) 사업, 일자리 지원, 서민생활 안정 사업에 대한 집행률은 저조했다.

부처별로는 농림축산식품부(30%), 산업통상자원부(34.4%), 고용노동부(33.9%), 해양수산부(37.5%), 문화관광체육부(33.4%) 등은 중앙부처 평균 집행률인 38.1%를 밑돌았다. 세부 사업별로 보면 고용부의 고용창출지원사업(5.4%), 중소기업 청년취업인턴제(19.7%) 등은 저조했다. 내수 침체로 인한 고용률 하락을 우려하면서도 재정을 효율적으로 쓰지 못한 셈이다.

산업통상자원부의 광역경제권 거점기관 지원(8.7%), 지역특성화산업육성(27.8%), 자유무역지역조성(16.1%) 집행률도 부처 평균 보다 낮았다. 특히 외국인 투자유치 활성화 집행률은 17.9%에 머물러 민간소비와 함께 내수활성화의 양대 축인 투자에 대한 재정의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고속도로와 철도, 항만 등 사회간접자본 확충은 경기부양과 일자리 창출효과를 거둘 수 있는 중요한 요소지만 일반국도건설(22.9%), 일반 철도건설(30.3%), 일반항 건설(16.5%), 민자유치 사업지원(33%) 등의 재정집행 실적은 부진했다. 고부가 서비스산업인 관광산업에 대한 예산지원 속도도 더뎌 문화관광체육부의 관광사업체 융자지원은 17.1%, 안전행정부의 광역관광자원 개발은 14.9%였다.

중소기업청의 중소기업 수출 역량강화(13.9%), 중견기업역량강화(2.3%)에 대한 집행률도 턱없이 낮았다. 환율하락에 따른 수출 중소기업의 피해를 지원하기 위해 정책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정부의 약속이 무색해진 것이다.

하지만 이와는 대조적으로 교육부(42%), 보건복지부(38.5%)의 예산집행률은 부처 평균 이상이었다. 개별 사업 중에서는 가정양육수당 지원사업(40%), 어린이집 운영 지원(46.7%), 국가장학금 지원(54.2%) 대학생 근로장학금 지원(70%) 등은 높아 지방 선거를 앞두고 무상 복지 예산 집행에 더 신경쓴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이 드는 대목이다.

바른사회시민회의 김영훈 경제실장은 “경기부양을 위한 예산이 타이밍에 맞게 집행되지 않으면 재정의 경기 대응 역할이 퇴색돼 정책 실기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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