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중소 금융IT업계가 공공 SI(시스템통합)시장에 대한 ‘벽’을 허물 수 있을까. 최근 한 중소업체가 KDB산업은행과의 대형 개발 프로젝트를 통해 성공적인 사례를 연출, 관련 업계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중소 금융 IT전문기업 노아ATS는 지난 19일 산은에 통합 트레이딩 백오피스 시스템을 구축하고, 내주 초 본격 운영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번 통합 트레이딩 백오피스 시스템 구축은 2012년 5월 산은이 발주한 130억원대 규모의 프로젝트로 기존의 대기업들이 아닌, 중소기업이 수주해 금융권에서 화제를 모았던 사업이다. 수주 이후에도 엎어지는 경우가 많은 대형 개발 프로젝트에서 매출 150억원대의 조그만 중소기업이 성공적으로 사업을 마무리한 셈이다.
통합 트레이딩 시스템은 △계약ㆍ자금을 관리하는 프론트 오피스 △리스크 관리 등의 미들 오피스 △회계처리를 담당하는 백오피스 등 3개 영역으로 분리된 트레이딩 환경을 실시간으로 처리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최근 국내 은행들의 구축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노아ATS 안상욱 사장은 “기존 원화 유가증권 운용 시스템과 외화 트레이딩 백오피스 시스템으로 분리됐던 시스템을 하나로 통합했다”며 “100억원대 이상의 대형 개발 프로젝트를 성공시켰고, 특히 백오피스 시스템을 외산이 아닌, 국내 기술로 개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밝혔다.
중소 금융IT업계는 이번 노아ATS의 사례를 통해 앞으로 대기업 위주 공공 SI시장 수주 관행의 변화를 기대하고 있다. SI업계 관계자는 “현재 100억원대 이상의 국내 대형 프로젝트에서 국내 중소 IT기업들은 삼성SDS, LG CNS, SK C&C 등 SI대기업들에 밀려 경쟁의 기회조차 없는 것이 현실”이라며 “이번 노아ATS의 사례를 통해 중소기업들도 할 수 있다는 하나의 자극제가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개정된 소프트웨어 산업진흥법에 따르면 삼성SDS, LG CNS 등 대표 SI 대기업들은 80억원 규모 이상의 공공시장 사업에 참여할 수 없다. 중소 금융IT업계의 생존을 보장하기 위한 취지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중소기업들은 매번 작은 규모의 사업밖에 맡지 못하면서, 대기업들이 대형 사업을 독식하는 악순환이 계속됐다는 지적이다.
안 사장은 “정부는 IT 중소기업을 키우자고 하지만 경쟁력을 시험해볼 수 있는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다”며 “이번 산은이 보여준 차별없는 입찰 진행과 신뢰처럼, 중소기업들에게도 공정하게 사업에 도전할 수 있는 생태계가 구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