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겨 여왕’ 김연아(24)의 우아한 연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지난 6일 고별 무대를 끝으로 선수로서의 공식 무대를 전부 마친 김연아는 이제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가 제2의 인생을 설계하고 있다.
김연아의 은퇴는 많은 사람들에게 아쉬움을 남겼다. “당신이 있어 행복했습니다.” 김연아의 팬들은 한결같은 반응을 보이며 마지막 무대에 아낌 없는 찬사를 보냈다.
김연아는 여섯 살 때 피겨스케이팅에 입문해 올해 은퇴 무대까지 18년간의 피겨 인생을 통해 많은 것은 남겼다. 초등학교 6학년이던 2002년 4월에는 첫 국제대회인 슬로베니아 트리글라브트로피 노비스 부문(13세 이하)에서 1위를 차지했고, 2003년 중학생이 되면서 태극마크를 달고 세계무대를 누볐다. 김연아는 이때부터 동갑내기 아사다 마오(일본)의 강력한 라이벌로 떠올랐다.
그러나 아사다 마오의 상승세는 김연아 앞에서 꼬리를 내렸다. 김연아는 2006년 12월 시니어 무대 진출 첫 대회였던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아사다를 꺾고 세계 최고 자리에 올라섰다. 2009년 3월 미국 LA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도 아사다를 완벽하게 따돌리고 우승, 2010 밴쿠버올림픽 금메달 전망을 밝게 했다. 그리고 결전의 무대였던 2010 밴쿠버동계올림픽에서 세계 신기록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전 세계인이 숨을 죽여 지켜본 무대였지만 김연아는 절대 흔들리지 않았다. 큰 대회에서 더 강한 모습을 보이며 피겨 불모지 한국을 피겨 강국 반열에 올려놓았다. 그것으로 끝이 아니다. 4년 뒤 소치올림픽에서 다시 한 번 메달을 획득, 올림픽 2회 연속 메달이라는 거룩한 성과를 올렸다.
김연아의 우아한 연기에 스포츠 팬들의 눈높이는 높아졌다. 피겨를 몰랐던 사람들도 피겨에 관심을 갖게 됐다. 남의 나라 잔치로 여겨졌던 피겨 무대에서 한국도 할 수 있다는 자부심을 갖게 됐다. 프리스케이팅·쇼트프로그램·트리플악셀 등 생소한 피겨 용어가 익숙해지기까지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피겨에 대한 관심은 ‘김연아 키즈’의 폭발적 증가로 이어졌다.
무엇보다 경제적 가치를 빼놓을 수 없다. 김연아는 2014 소치올림픽을 통해 6조원의 경제적 파급효과를 일으켰다는 분석이다. 지난 2010 밴쿠버동계올림픽 금메달 획득 당시 김연아의 경제 파급효과가 약 5조2350억원으로 집계(국민체육진흥공단 스포츠산업본부)된 바 있기 때문이다. 거기에 국민적 자긍심 등 보이지 않은 효과를 더하면 경제적 가치는 6조원 이상이라는 분석이다. 김진영 KB금융그룹 스포츠마케팅팀장은 “성공이라는 키워드와 긍정적 이미지가 더해져 기업 브랜드 이미지 제고에 엄청난 효과를 가져왔다”고 전했다.
비록 선수로서의 연기는 마쳤지만 김연아의 경제적 가치는 아직도 상종가다. 각종 CF 촬영과 방송출연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특히 프로 스케이터로 활동하며 아이스쇼나 다양한 행사를 전개할 것으로 보여 김연아의 은퇴 뒤 행보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아직 구체적인 미래 설계는 완성되지 않았지만 대학원 진학을 통해 지도자와 IOC선수위원 도전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김연아의 은퇴로 한국 피겨는 불모지로 되돌아갔지만 김연아의 경제적 파급효과는 현재진행형이다. 선수로서 연기는 마쳤지만 제2의 인생 연기가 기대되는 이유다. 사진=AP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