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스피가 연중 최고치를 갈아치우며 추가 상승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시장에서는 2050선 돌파도 기대하고 있지만 박스권 탈출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전문가들은 코스피 지수의 추가 상승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외국인 수급 △추가 펀드 환매 여부 △대내외 경제 여건 등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하고 있다.
◇‘외국인의 힘’… 추가 매수 이어지나 = 22일 코스피 지수는 전날보다 7.26포인트(0.36%) 오른 2015.59로 마감해 지난 9일 기록한 연중 최고점(2015.14)을 뛰어넘었다. 이날 증시 상승의 주역은 단연 외국인이었다. 8거래일째 ‘사자’에 나선 외국인은 이날 역시 2909억원을 매수하며 지수 상승을 이끈 것.
외국인은 최근 국내 증시 상승을 주도하고 있다. 지수가 2010선을 재돌파한 지난 14일 이후 7거래일 동안 외국인이 사들인 국내 주식은 2조원이 넘는다. 이에 시장의 관심은 외국인의 매수세가 언제까지 이어질지에 쏠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외국인의 매수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데 의견을 모으고 있다. 위험자산 투자심리가 회복되면서 신흥국 투자 비중을 줄였던 외국인들이 신흥국 시장, 특히 한국 주식시장에 관심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재만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경기가 더 악화하지 않을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인데다, 유럽 등의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도 커지고 있다”며 “신흥국 상장지수펀드(ETF)로의 자금 유입이 지속하면서 시가총액 비중이 큰 한국 증시가 수혜를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펀드 환매에 번번이 ‘발목’ = 외국인 매수에 힘입어 주가가 상승세를 보였음에도 불안 요인은 있다. 최근 번번이 주가 상승의 발목을 잡던 투신권의 펀드 환매 물량이다. 다행히 펀드 환매 강도는 약해지는 모습이다. 이날 역시 펀드 환매 물량은 320억원에 그쳤다.
김후정 동양증권 연구원은 “2009년부터 환매가 이어지면서 국내주식펀드의 환매 대기 수요는 감소했다”며 “코스피 2000선이 환매 기준점으로 작용하고 있지만 환매 강도는 전년도에 비해 상당히 약해졌다”고 말했다.
이어 “코스피 1950선 이상에서 신규 투자가 늘어나면서 펀드 환매 효과를 부분적으로 상쇄하고 있다”며 “유럽중앙은행(ECB)의 추가 금융완화와 엔화 강세로 글로벌 유동성 장세가 펼쳐질 가능성도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대내외경제 여건 뒷받침돼야 = 하지만 수급이 원활하기 위해서는 대내외 경제 여건이 뒷받침되는 것이 우선이다. 일단 대외 여건은 코스피에 우호적인 분위기다. 중국의 제조업 구매자관리지수(PMI)가 예상치를 훨씬 웃도는 것으로 발표되는 등 G2(미국과 중국)의 경기가 회복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
이정민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국내 증시에서의 외국인 매매는 중국 경기와 선진국의 통화정책에 좌우되는 경우가 많았다”며 “미국 경기지표가 개선되고 있고 다음달 ECB의 추가 정책이 나올 가능성이 높아진 가운데 중국 경기의 추가 둔화 가능성은 낮아진 만큼 외국인 매수세가 유입될 환경이 조성됐다”고 말했다. 향후 확인이 필요한 대외 이벤트는 우크라이나 조기대선과 유럽의회 선거 등이다.
대외적인 환경은 어느 정도 안정이 됐지만 국내 경제 여건은 다소 아쉽다. 기업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배성영 현대증권 연구원은 “2050선 위를 뚫으려면 삼성전자 강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그동안 낙폭이 크던 국내 업종들의 반등이 뒷받침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