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正論] 미·중의 경제역전 -정유신 한국벤처투자 대표

입력 2014-05-23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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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중국의 상품무역은 4조1600억 달러로 미국의 3조9100억 달러를 제치고 세계 1위가 됐다. 수입에선 아직 미국의 80%지만 수출이 미국의 1.4배로 늘어나면서 미중 역전이 된 셈이다. 최근 수년간 경제규모가 큰 G20국가를 대상으로 각국의 수출에서 차지하는 미국과 중국의 비중을 살펴봐도 미국은 전체적으로 하락하고 있는 반면, 중국은 계속 상승하고 있다. 특히 대중 수출 비중이 가장 빠르게 높아지는 국가는 호주로 무려 36.1%다. 남아프리카가 32%, 우리나라 26.1%, 브라질 19%의 순으로 모두 대미 수출 비중의 두 배 이상이다.

그러나 미국과 중국의 경제적 영향력을 정확히 비교하려면 수출 비중을 계산할 때 몇 가지 추가 고려점이 있다는 게 대체적 시장 의견이다. 첫째, 중국의 무역총액은 어떤 의미에서 부풀려져 있다는 점이다. 중국은 세계 공장이라는 닉네임을 갖고 있다. 해외에서 부품을 수입해서 중국에서 조립한 다음 완성품을 해외로 수출하는 가공무역이 총수출의 3분의 1에 달한다. 예컨대 우리나라에서 90달러 부품을 수입해서 20달러만큼 조립비용과 이익을 중국에 남기고 100달러어치를 미국에 수출한다고 하면 최종 소비지는 미국이다. 따라서 미국경기가 나빠져서 수입이 줄면 중국 수출도 우리 수출도 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최종 소비지를 감안한 무역 개념이 필요하다고 얘기한다.

소위 부가가치무역이다. 그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공표하는 부가가치무역 통계를 보면 어떤가. 예컨대 우리나라 수출에서의 대중 수출 비중은 14.9%라고 한다. 최종 소비지를 고려하지 않을 때의 26.1%보다 무려 11.2%나 하락한다. 호주 5.2%, 브라질 4.2%, 일본도 대중 수출 비중이 6.3%나 낮아진다. 반면 최종 소비지를 고려한 대미 수출 비중은 G20를 기준으로 할 때 오히려 평균 2.1% 상승한다. 특히 중국 경유 수출이 많은 우리나라는 7.2%나 올라서 19.4%로 뛰어오른다. 말하자면 부가가치무역 기준으로 보면 미중 경제가 역전되기엔 아직 시간이 필요하단 얘기가 된다.

둘째, 서비스 무역에서 미국이 훨씬 강한 점도 고려 포인트라고 한다. 서비스 무역통계를 보면 중국이 아직 미국의 절반 수준이다. 수입은 미국보다 다소 많지만 수출은 미국의 3분의 1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중국의 과거 10년 서비스 무역 증가율이 연 18.1%로 미국보다 두 배 빠르긴 하지만 아직도 갭이 상당한 셈이다. 항목별로 보면 여행, 건설 등에선 미중 차이가 거의 없지만 특허나 금융부문에선 미국의 세계시장 점유율이 각기 42%와 25%로 압도적이다. 반면 중국은 1~2%로 존재감이 거의 없다.

또 미중 경제력의 차이가 주가 상관관계에서도 잘 나타나 있다고 지적한다. G20 국가 중에 주가가 중국주가와 동조현상을 보이는 국가는 아직 소수고, 대부분 미국주가 변화에 큰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다. 하긴 국별 주가를 보면 틀린 얘기는 아닌 것 같다.

그럼 향후 세계경제 영향력이 미중 간에 역전되는 날은 언제가 될까. 중국은 지금 수출 및 투자주도에서 소비주도, 2차산업에서 3차산업, 노동집약에서 자본집약 산업으로 경제구조의 대전환 시기를 맞고 있다. 또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자본시장의 자유화와 개방을 대대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이들이 미중 경제력 계산에서 갖는 의미는 뭘까. 수출투자 주도에서 소비주도로 간다면 중국이 세계의 공장에서 최종 소비지로 탈바꿈한다는 것이니까 그만큼 부가가치 무역비중이 높아진다는 얘기다. 또 2차에서 3차산업으로 간다는 것은 서비스 무역이 강해진다는 것이고 자본자유화와 개방도 확대되면 될수록 다른 나라와 중국의 주가 상관관계를 높여줄 것이다. 시장에선 미중 경제역전의 시기를 놓고 ‘2020년이다, 2027년이다’ 의견이 분분하다.

그러나 그렇게 되기 위해선 몇 가지 허들이 있다는 게 개인적 생각이다. 예컨대 개인소비 주체는 중국 인민이다. 소비주도가 되려면 개인소득이 그만큼 높아져야 하는데, 중국의 1인당소득은 아직 낮고 계층별 소득격차도 지니계수가 0.4~0.5일 정도로 너무 크다. 정부가 할 수 있는 건 최저임금인상, 국유기업에 대한 노동 분배율 인상요청, 사회보장제도 정비 등 간접적 수단 정도로 소위 중국의 국가자본주의의 힘을 발휘할 만한 여지는 크지 않다. 또 3차산업은 장사 기질이 강한 중국인에게 잘 맞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새로운 서비스산업에 꼭 필요한 정보 교류의 활성화가 중국사회엔 부족하다. 정보 통제가 너무 엄격하기 때문이다. 자본시장도 개방 자유화되려면 어느 정도 투기적 요소의 허용이 필요하다. 그러나 중국의 사회주의 시장경제에 얼마나 그럴 여유가 있는지는 의문이 있다. 요컨대 이런 허들의 극복이 지연된다면 미중의 경제역전은 생각보다 시간이 더 걸릴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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