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남의 안전 걱정하는 일본의 오지랖 -김나은 사회경제부 국제팀 기자

입력 2014-05-23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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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번 양보해서 말한다면 ‘오지랖이 넓다’고도 표현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오지랖이 ‘태평양만큼’ 넓은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집단 자위권 이야기다.

최근 아베 내각이 주변국의 안전을 운운하면서 집단 자위권 행사 계획을 공식화했다. 사실상 일본이 유엔의 사전 승인 없이도 전쟁을 수행하는 나라가 되겠다고 선언한 것과 마찬가지다.

집단 자위권은 유엔이 마련한 무력사용 금지원칙의 예외조항이다. 엄밀히 말하면 집단 자위권은 국제법이 보장하는 개별국가의 고유권리다. 2차 세계대전의 전범국가인 일본은 평화헌법 9조에 “국제분쟁해결 수단으로 전쟁, 또는 무력행사에 대해 영구적으로 포기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전후 한 번도 개정된 적 없는 헌법을 자기 입맛대로 해석을 변경해 군사적 족쇄를 풀고 아시아·태평양 역내에서의 군사력을 되찾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헌법 개정도 아니고 해석만을 변경하는 ‘꼼수’를 통해 평화헌법 근간을 흔들려 한다는 비난이 나오고 있다. 특히 미국이 자기편 챙기기 일환으로 일본의 집단 자위권 관련 행보를 지지하면서 아베 총리는 안하무인이 됐다. 일본 내 여론과 자위대 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는 높지만 오바마 대통령이란 큰 바람벽을 갖게 된 아베는 이런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 모양이다.

더 큰 문제는 아베 총리가 이번 헌법 해석 변경을 관철하게 된다면 자신의 생각과 논리대로 법과 규정의 해석을 또 바꿀 수 있는 선례를 남기게 된다는 것이다.

우리 정부로서는 적잖이 우려가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우리의 의도와 상관없이 남의, 그것도 철천지 원수 일본이 보살핌(?)을 받게 생겼기 때문이다. 정부는 한반도 안보와 관련된 사항에 대해서는 우리의 동의 없이 일본이 자위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지만 찜찜한 기분을 덜어낼 수는 없다. 이쯤 되니 아베 총리에게 이런 말이 딱 맞을 듯 싶다. “너나 잘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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