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년 전 스페인의 작은 골동품점에서 20만원에 산 유화가 ‘초현실주의 거장’ 살바도르 달리(1904~1989)가 10대 때 그린 첫 작품인 것으로 밝혀져 화제다.
22일(현지시간) AFP통신에 따르면 스페인의 화가이자 미술사학자인 토메우 라모는 지난 1988년 스페인 북부 지로나의 한 골동품 상점에서 당시 화폐로 2만5000페세타(150유로, 약 29만원))에 구입했다. 라모는 그림의 색채를 보고 이 작품이 달리의 초기작일 것으로 직감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구입한 지 30년 가까이 지나서야 스페인 마드리드 미술연구소(IBA)에 의해 유화가 달리가 17세였던 1921년에 그린 진품인 것으로 결론 내려졌다. IBA 전문가들은 X레이와 자외선 등 최첨단 기술을 이용해 진위를 분석했으며, 작품에 쓰인 글씨를 달리의 친필과 비교해 이 작품이 진품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살바도르 달리의 자궁으로부터의 탄생(The Intrauterine Birth of Salvador Dali)’이라는 제목이 붙여진 이 작품은 불타는 듯한 화산 위에 자리한 자궁처럼 생긴 구름 주변을 천사들이 날아다니는 모습을 두터운 붓질로 묘사하고 있다.
이에 대해 달리 전문가인 니콜라스 데스차르네스는 “달리의 첫 번째 초현실주의 작품이라는 사실뿐만 아니라 이 작품의 의미와 주제가 후기작까지 이어졌다는 점에서 이번 발견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달리의 고향인 피게라스에서 달리미술관을 운영하는 ‘갈라 살바도르 달리 재단’은 아직 이 작품을 달리의 진품으로 인정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