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미국 주도의 제재 강화에 맞서는 ‘신(新) 경제 냉전’ 조치를 잇달아 제시했다. 이는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신냉전은 없을 것이라는 발언과 대조적인 행보다.
러시아 이타르타스 통신에 따르면 24일(현지시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국제경제포럼 기조연설에서 새로운 에너지 거래 포맷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푸틴 대통령은 “기존 에너지 시장 규제와 공조가 완벽하지도 효율적이지도 않다”면서 “규제로 시장이 왜곡되는 사례도 많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과세와 규제 등에서 국제적으로 투명성과 경쟁성을 높일 수 있는 새로운 시장 포맷 구축을 모색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푸틴은 또 러시아가 서방에 대한 금융 및 수입 의존을 줄이기 위한 새로운 투자기금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연설에서 러시아가 에너지 수출 의존을 줄이고 자국 은행과 산업 증진에도 적극적으로 투자할 것이며 이를 위한 새로운 기금도 설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영국 BBC방송은 푸틴이 ‘홀로 설 수 있다’는 점을 부각시키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영국 싱크탱크 채텀 하우스의 오리시아 루체비치 리서치 펠로는 BBC에 “러시아가 홀로 서기에 애쓰는 것”이라면서 “제재에도 ‘살아남을 것’임을 푸틴이 부각시키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서방권의 제재로 러시아의 지난 1분기 경제성장률은 연율 마이너스를 기록한 가운데 2분기에도 플러스 성장으로 반전되기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이면 기술적으로 침체를 뜻한다.
한편 푸틴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 사태가) 새로운 냉전의 시작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냉전은) 누구도 원하지 않으며 나 또한 일어나지 않을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해 “유럽ㆍ미국과의 협상을 희망한다”며 평화적 해결을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