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록 회장과 이건호 행장간‘알력다툼’으로 까지 비화된 KB금융 사태가 좀처럼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번엔 진상조사위원회 구성을 두고 ‘힘겨루기’를 벌이고 있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은행 사외이사들은 오는 30일 열리는 감사위원회와 이사회에 진상조사위원회 구성 건을 상정할 예정이다.
KB금융 한 관계자는 “KB금융 사태가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어 내부적으로 냉철하게 따져보자는 인식이 퍼져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려보자는 얘기가 나온 것으로 안다”며“이사회 사흘전까지 안건이 상정돼야 하기 때문에 국민은행 사외이사들이 의견을 조율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같은 사외이사들 입장에 대해 정병기 감사위원과 금융당국은 우려의 뜻을 표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검사가 진행중인 상태에서 진상조사위원회의 활동이 검사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이 때문에 지난주 국민은행 감사위원회에서는 사외이사와 정 감사 측간에 고성이 오가는 등 험악한 분위기가 연출됐다는 후문이다. 국민은행 이사회 날짜가 기존 논의됐던 27일에서 30일로 늦춰진 것도 이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오는 30일 열릴 임시 이사회를 앞두고 갈등의 골이 더 깊어지자 논의에서 한발 물러서 있던 임 회장은 이번주 대외 일정을 모두 취소하고 국민은행 내분사태 봉합에 골몰하고 있다. 그 동안 임 회장은 이건호 행장 중심으로 사태 해결을 모색해야 한다며 유보적 입장을 취해 왔다.
중요한 변수는 오는 28일 예정된 전산시스템 입찰이다. 국민은행은 지난달 24일 이사회 의결에 따라 전산 시스템 교체 관련 입찰을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사태로 인한 사업의 불확실성을 이유로 SKC&C 한 곳만 입찰에 참여했다. 이에 국민은행은 28일까지 추가 입찰 제안을 받기로 했다.
시나리오는 두가지다. 추가 입찰자가 나올 경우와 그렇지 않을 경우다. 1안의 경우 전산 교체를 예정대로 추진하면서 의혹 규명을 밝혀내 절충점을 찾으면 된다. 그러나 이미 전산 교체를 두고 벌어진 경영진간 갈등으로 이미지 타격은 불가피하다.
만약 추가 입찰자가 나타나지 않을 경우 전산 교체는 물건너가게 되고 의혹만 남게된다. 금감원 특별감사가 진행중이기 때문에 이사회의 강도 높은 책임 추궁이 불가피하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외압설까지 얽혀 있어 추가 입찰자가 뛰어들 가능성이 낮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며“30일 이사회 결과에 따라 누군가는 옷을 벗을 수도 있겠다란 말까지 나온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