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 반이나 지났는데… 재래시장도 대형마트도 '썰렁'

입력 2014-05-27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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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 경기침체 속 ‘세월호’ 직격탄, 서민경제 현장

“세월호 사건 이후엔 너무 줄었어. 찾질 않으니 뭐….”

26일 서울시 종로구의 주요 관광지로 자리잡은 ‘광장시장’은 먹자골목과 그 외의 상가로 극명하게 구분된 모습이었다.

시장 입구에 자리잡은 아케이드 문은 빈대떡 상가가 떼를 지어 손님을 반겼다. “안에 들어와서 드세요. 시원하게 해놨어요.” 여기저기서 빈대떡이 노릇하게 익으며 기름 데워지는 열기에 공기가 한층 뜨거워졌다. 유명한 집은 사람들이 줄을 서서 대기 중이며, 가판에 앉아 막걸리와 함께 곁들이는 모습이 오후 4시에도 여러 군데서 볼 수 있었다.

그러나 먹자골목을 벗어난 순간 골목은 한적해졌다.

먹자골목에서 200m 떨어진 광장시장 중앙상인회 근처도 손님은 간간이 찾을 뿐이었다. 과일을 판매하는 노점상 이모(65·여)씨는 혀를 끌끌 차며 “먹자골목이나 빈대떡 먹으러 사람들이 오지”라며 “경기도 안 좋은데 그 사건(세월호) 이후로 뚝 끊겼어”라고 근심 가득히 말했다. 그는 오늘도 과일 하나를 못 팔았다며 “내일은 사람들이 더 없는데”라며 걱정스런 표정을 지었다.

김모(52)씨는 가판에 놓인 반찬을 둘러보며 “뭐, 꼭 그렇게 이야기할 수 있겠냐마는 세월호 이후에 사람들이 더 안 찾는 것 같다”며 “간장게장은 외국인 손님들이 찾으니까 그나마 팔리는데, 일반 손님들은 영 오질 않는다”고 말끝을 흐렸다.

전통 공예품을 파는 이모(39·여)씨는 “여기 광장시장은 그마나 외국인이라도 찾지, 다른 재래시장은 말 할 것도 없다”면서 “선거 끝나면 경기가 좀 살아나려나”라며 말끝을 흐렸다.

경기도 분당에 위치한 한 대형마트도 썰렁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유제품 코너를 담당하는 한 판매원은 “주말인데도 사람이 없다”며 “지난해 이맘 때와 비교하면 60~70% 수준으로 줄어든 것 같다”고 말했다. 이 판매원은 “세월호 이후 음악이나 큰 소리를 내는 호객행위를 없앴는데, 최근 조심스럽게 다시 손님들에게 말을 걸고 있지만 표정들이 어둡다”고 덧붙였다. 계산대 직원은 “세월호 사건 직후보다는 손님이 조금 늘어난 것 같지만 의류나 아웃도어용품, 피크닉용 일회용 도시락 등 놀러갈 때 필요한 물건들의 소비가 살아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강남의 한 백화점에는 상대적으로 손님이 많았다. 그러나 백화점 판매원들 역시 예년보다는 조용한 편이라고 설명했다.

속옷 판매원은 “평일 낮 시간에 무리지어 쇼핑을 즐기는 주부들이 많았는데 세월호 사건 이후 눈에 띄게 줄었다”며 “회복되고는 있지만 예년에 비하면 손님이 없는 편”이라고 말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집계한 지난달 유통업체 매출 동향에 따르면, 대형마트 매출은 3월에 비해 14.3% 줄었고, 구매건수도 5.0% 감소했다. 부문별로는 의류(-6.7%), 잡화(-5.1%), 가정생활(-4.6%), 식품(-3.5%), 스포츠(-1.6%) 등 거의 전 부문에서 매출이 하락했다.

지난달 백화점 매출과 구매 건수도 3월에 비해 각각 7.2%, 1.0% 줄었다. 특히 가전 문화(-20.9%), 가정 생활(-16.4%), 잡화(-14.8%), 식품(11.8%), 스포츠(-8.4%), 의류(-7.6%) 매출이 크게 줄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사고 이후에 유통업체들이 각종 프로모션을 취소한 가운데, 소비심리가 위축되면서 야외활동도 축소돼 식품, 패션, 잡화 매출이 하락했다”면서 “서민 생활과 밀접한 분야의 체감경기는 여전히 회복되지 않고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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