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대선이 끝난 후 청와대 비서관 출신 4명이 공공기관 감사로 선임되자 박근혜 대통령이 ‘낙하산 인사’ 폐단을 지적했지만 은행들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실제 KB국민, 우리, 신한 등 6개 주요 은행 상근감사는 여전히 ‘관피아’로 채워져 있다. 이 중 절반은 올해 선임된 인물들이다.
우선 관피아의 원조는 ‘모피아(재무부+마피아)’다. 박 대통령 취임 이후 모피아 출신이 배제되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지만 감사위원 중에는 재정경제부 출신이 여전히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최근 임영록 회장과 이건호 행장의 ‘알력다툼’으로까지 비화된 KB금융 사태의 핵심 인물인 정병기 상임감사는 재정경제부 국고국 회계제도과장, 기획재정부 감사담당관으로 일했다. 정 감사는 전국은행연합회 감사까지 역임한 인물이다.
그는 올 초 국민은행 내부에서 잇달아 불미스런 일들이 터져나오자 내부통제 강화를 위해 이 행장이 결재하는 모든 건에 대해 사전감사를 실시하기도 했다. 은행 측에서는 일상 감사를 집행하기 전 위법 부당한 내용이 없는지 확인하기 위한 절차라고 해명했지만 업계 안팎에서는 경영권과 감사권의 충돌이라는 시각이 적지 않았다. 그만큼 권한이 막강하다는 얘기다.
모피아와 함께 은행권에서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는 세력이 금피아(금융위·금감원+마피아)다. 은행에게 ‘갑’인 금융당국과 가장 밀접한 연을 맺고 있다는 이점이 있다.
오갑수 국민은행 감사위원장은 2002년부터 2005년까지 3년간 금융감독원 부원장을 지냈다. 이석근 신한은행 상임감사도 금융감독원에서 검사총괄국 팀장, 국제업무국 국장, 총무국 국장을 역임했으며 김광식 하나은행 상임감사 역시 금융감독원 감사실 팀장, 공보실 국장을 지내며 당국의 입장을 대변했다.
‘넘버3’는 감피아(감사원+마피아)다. 이들은 금감원이 지난 2011년 금융사 감사에 퇴직자들을 보내지 않기로 결정한 뒤 빠르게 요직을 꿰차고 있다.
‘모피아, 금피아가 떠나니 감피아가 득세한다’란 얘기까지 돌 정도다. 이들은 금융회사에 대한 검사 감독원을 쥔 금감원을 검사하는 곳이 감사원이란 점을 이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우리은행 김용우, 외환은행 신언성(대행), 기업은행 윤영일 등 3명의 상임감사 모두 감사원 출신이다.
법피아(법조+마피아)도 만만치 않다. 이기배 하나은행 감사위원장은 대검찰청 공안부 부장과 수원지방검찰청 검사장을 지냈다. 현재는 법무법인 로월드 대표변호사로 일하고 있다. 한견표 외환은행 감사위원 역시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를 거쳐 지금은 법무법인 여명 대표변호사로 있다.
은행권 감사 가운데 정피아(정치+마피아)의 대표적 인물은 강희복 국민은행 감사위원이다. 그는 김영삼 정부 초기인 1994년 국회 외무통일위원회 수석전문위원으로 일했다. 이후 대통령 비서실 국가경쟁력 강화기획단 부단장 겸 경제제도 비서관을 역임, 김 전 대통령의 두터운 신임을 받았으며 조폐공사 사장을 지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