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반올림이 세 가지 합의 사항을 이끌어내며 5개월 만에 재개한 백혈병 문제 해결을 위한 대화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특히 의견이 엇갈렸던 중재 조정기구 구성 문제는 삼성전자와 반올림 측이 직접 대화를 우선하기로 하면서 7년여를 이어온 삼성 직업병 피해자 보상 문제가 해결의 실마리를 찾게 됐다.
삼성전자는 28일 오후 3시 서울 논현동 건설회관에서 삼성 직업병 피해자 모임인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과 대화를 재개했다. 이는 지난해 12월 1차 본협상이 중단된 후 5개월 만이다. 이번 대화는 이인용 삼성전자 커뮤니케이션팀장(사장)이 직접 대화에 참여, 반올림 측과 이견 조율에 나서면서 급진전을 보였다.
이 사장은 1시간 반 넘게 진행된 대화 이후 기자들과 만나 “오늘 만남은 발병자와 가족들의 아픔을 조금이라도 덜자는 취지에서 이른 시일 내에 협상을 매듭짓기 위해 마련됐다”면서 “가족들의 아픔과 어려움을 제대로 헤아리지 못한 부분이 있었고, 이렇게 오랜 시간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데 대해 가족들을 직접 만나 사과했다”고 말했다.
이어 “가족들과 반올림 측에서 양측의 대화가 우선이라는 뜻을 전달했다”며 “이에 직접 대화를 먼저 하고, 만일 대화가 벽에 부딪힐 경우 중재 조정기구를 만드는 것이 좋겠다고 반올림과 가족 측에 전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양측이 이뤄낸 세 가지 합의 내용은 △사과·보상·재발방지 동시 대화 △회사가 제기한 고소건 해결 △6월 중 3차 대화 일정 확정 등이다. 또 제3의 기구가 아닌 직접 대화를 통해 문제를 풀기로 의견을 모으면서 양측 간 시각차를 보였던 부분에서 상당한 합의를 이뤘다.
이에 반올림 측도 이날 대화에 대해 상당한 진전이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날 고(故) 황유미씨의 아버지 황상기씨는 “다른 때보다 (교섭에) 진도가 있었다”며 “특히 (삼성 측이) 대화 내내 피해자의 마음을 어루만지려 노력해줘서 좋았다”고 말했다. 공유정옥 반올림 교섭단 간사도 “이번 대화에서 반올림과 가족 측의 요구사항이 상당 부분 받아들여졌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가족, 반올림 측과의 대화를 전향적으로 풀기 위해 새로운 대표단을 구성했다. 새 대표단은 삼성전자 커뮤니케이션팀 백수현 전무 등 5명으로 구성될 예정이다.
양측은 6월부터 실무 교섭팀을 주축으로 본격적인 대화를 시작할 전망이다. 이 사장은 “이른 시일 내 모든 문제가 잘 해결돼 가족들의 아픔을 조금이나마 덜 수 있도록 마음을 다해 대화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대화에는 삼성 측에서는 삼성전자 커뮤니케이션팀장인 이 사장을 비롯해 8명이, 반올림 측에서는 공유정옥 간사와 황상기씨 등 9명이 참석했다.
삼성전자와 반올림 측은 삼성 직업병 피해 보상 문제가 불거진 지 6년 만인 지난해 1월 첫 대화를 시작했다. 이후 10개월여 동안 다섯 차례의 실무협의를 거쳤고 지난해 12월에는 1차 본협상을 실시했다. 하지만 피해자 위임장 문제로 양측이 이견을 보이면서 지난 5개월간 답보상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