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소비부진은 세월호 사고 이전에도 지속돼 왔다. 자료를 보면 명백하다. KDI(한국개발연구원)가 28일 발표한 ‘2014년 상반기 경제전망’에서 소비부진을 이유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0.2%포인트 하향했다. KDI는 전망에 세월호 사고 이전인 1분기 수치만 반영했다. 잘 굴러가던 경제가 세월호 사고로 암초에 부딪혔다는 식의 주장은 설득력을 얻기 힘들다. 소비부진에 세월호를 들먹인다면 그건 핑계다.
사실 정부가 관찰자 입장에서 소비부진을 걱정하는 것 자체가 다소 뻔뻔하다. 각종 경제전망에서 소비부진에 대한 우려가 나온 것은 하루이틀이 아니다. 올해 경제정책방향에서 “소비를 살려 내수를 회복하겠다”고 밝힌 것도 정부였다. 연초 야심차게 발표한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의 가장 큰 목표도 내수진작이었다. 따라서 엄밀하게 말해 현재 소비가 지지부진한 상황인 것은 적어도 현 시점에서 ‘정책실패’다.
세월호 사고 직후의 영향이라며 정부가 제시한 여러 근거들도 다소 과장돼 있었다. 사고 이후 신용카드 사용규모가 둔화됐다고 했지만 원래 매년 4월은 신용카드 사용액이 줄어든다. 대형마트와 백화점 매출이 줄었다지만 세일기간 종료나 의무휴업 영향이 고려되지 않았다. 주말 나들이객 수가 감소했다는 근거도 4월 넷째주에 전국적으로 비가 왔다는 점을 함께 봐야 했다. 정확하지도 않은 수치를 들이댄 셈이다.
돌이켜 보면 대통령이 각료들을 모아놓고 자못 심각한 이름의‘긴급민생안정대책’을 냈던 것도 석연찮다. 세월호 사고 이후의 소비변화가 구체적인 수치로 나오지도 않은 상황에서 발표했기 때문이다. 정부가 어떤 대책이든 이번처럼 ‘예측성’으로 내는 일을 본 적이 없다. 더구나 그 대책이라는 것도 전달 결정된 사항의 재탕이었다. 단지 그 시점에 그런 형태의 발표가 필요했던 게 아닌지 생각하게 되는 대목이다.
이렇게 하나하나 따져보면 정부가 꺼내들었던 ‘위기론’이 순수한 의도로 읽히지 않는다. 국면전환용인 동시에 그간의 미흡한 정책효과를 가리려는 의도가 있다는 의심이 야권 정치인 등 일각에서 제기되는 것도 일면 합당하게 들린다. 세월호 사고 이후 규제개혁과 경제혁신 3개년계획, 공공기관 정상화 등 주요 정책들이 세월호 사고로 멈추다시피 했던 상황은 ‘위기론을 과장할 만한 동기’로 충분해 보인다.
2008년 ‘미네르바 사건’을 떠올려 본다. 당시 법원과 검찰은 경제위기설을 퍼뜨렸다는 이유로 1년6개월을 구형했다. 최근 정부의 위기설에 적지 않은 사람이 불안감을 느꼈을 것이다. 미네르바 박대성씨가 위기설로 국가와 국민에게 해악을 끼쳤다는 법원의 판단을 정부에도 적용할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