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正論] 일본의 낙하산 개혁, 왜 실패하나?

입력 2014-05-29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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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광 전(前)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관료의 낙하산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낙하산 인사는 관료국가 일본의 오래된 제도이자 관행이다. 일본이 원조이고 우리가 이를 모방하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일본에서는 1962년부터 낙하산 인사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였지만, 5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 문제를 본질적으로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낙하산 문제가 단순한 선과 악의 문제가 아니라, 관료시스템 전반의 문제와 깊게 연관되어 있기 때문이다.

일본 관료선발제도 역사는 1888년 메이지 정부가 독일의 공무원 시험제도를 참고로 도입한데서 시작된다. 초기에는 제국대학 출신자들을 무시험 채용하였으나, 1894년에 고등문관 시험으로, 그리고 2차대전 이후에는 공무원제도 개혁의 일환으로 지금의 국가공무원 1종시험으로 바꾸었다. 지금 우리의 5급 행정고시와 같다고 볼 수 있다. 1종시험에 합격한 간부 후보생을 ‘커리어’ 관료라고 부르며, 이들은 일률적으로 인사관리되며 중앙성청의 주요 포스트를 독점한다. 그리고 과장보좌까지 일률적으로 빠르게 승진하지만 과장 승진부터 경쟁이 치열해진다. 커리어 관료의 정점은 사무차관인데, 사무차관은 동기 중 단지 한 사람뿐이다. 따라서 동기들은 도중에 은퇴해야 하기 때문에 은퇴하는 관료들의 탈출구가 바로 낙하산 인사이다. 종신고용, 연공서열 사회 일본에서 관료제도를 유지하기 위한 불가피한 관행이라 할 수 있다.

낙하산 인사가 불가피한 또 다른 측면도 있다. 국가를 운영해 나갈 우수 인재를 뽑기 위해서는 동기 부여가 되어야 하는데, 40대 후반, 50대 초반에 퇴직이 불가피하다면 우수 인재들을 뽑을 수 없다. 그렇다고 보수가 민간기업보다 많은 것도 아니므로 낙하산을 인센티브로 활용하고 있다. 또 우수 전문인력을 민간이 유효하게 재활용한다는 측면도 있다. 문제는 부작용이다. 감독관청과 감독을 받는 단체나 기업 사이의 유착관계나 국가사업의 우선적 발주 등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이러한 이율배반적 과제에 대해 일본은 어떻게 대처하였을까? 2007년 1차 아베내각은 국가공무원법 개정으로 연공서열을 타파하고 능력실적 주의를 도입하는 한편, 각 성청에 의한 낙하산 알선을 금지하고 관민인재교류센터를 통해 관료의 재취업을 알선하기로 하였다. 2009년 민주당 하토야마 내각은 낙하산 감시를 강화하기 위해 재취직등 감시·적정화위원회 설치를 하였다. 그러나 낙하산을 금지하는 것만으로 관료에 대한 동기 부여나 민간이 관료 출신자를 선호할 정도의 우수 전문가로 육성하고 있는가라는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 최근 낙하산 금지로 인해 일본 관료의 인사는 정체되고 사기도 저하되고 있다고 한다. 도쿄대학의 관료 지망생은 해마다 줄고, 젊은 관료들이 퇴직하여 민간회사로 이동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일본 관료들이 우수한 전문가로 육성되지 못하는 배경에는 관료의 능력형성 시스템 때문이다. 전문가가 아니라 여러 부서를 전전하게 하여 제너럴리스트로 만들어 버리기 때문에 외부 노동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지 못하는 것이다. 관청에서만 통하는 관청 특수적 스킬만으로는 외부 노동시장에서는 통용되지 않는 것이다.

따라서 커리어 관료에 대해 민간기업보다 많은 연봉을 보장하고 임기제로 한다든지, 또 전문직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그래야 관료를 그만두더라도 다른 곳에 재취직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도 일본은 문제 해결의 본질적 대안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일본의 낙하산 인사, 공무원 제도 개혁은 좌절의 역사라 할 수 있다. 항상 검토는 하지만 실천되지 않는 과오를 거듭하고 있다. 문제점과 대안을 알고 있으면서도, 복잡하게 얽혀 있는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또 개혁의 모멘텀을 유지시키는 것이 좀처럼 쉬운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낙하산 인사 개혁은 단순히 이를 비판하며 새로운 제도를 설계하고 법률을 제정하면 해결되는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공무원 개개인의 생애는 물론, 관료제도 전반에도 영향을 미치는 큰 문제이다. 이번 참사를 계기로 합리적인 제도설계, 법제화는 물론 제도의 운용에까지도 리더십이 발휘되기를 기대한다. 나아가 일본이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를 우리가 먼저 해결해내는 역량도 보여줄 필요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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