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산시스템 교체를 두고 내홍에 휩싸인 KB금융그룹이 30일 오후 6시 국민은행 이사회를 계기로 중대한 고비를 맞는다. 앞서 23일 열린 이사회가 소득 없이 끝난 터라 이날 이사회는 이건호 행장과 대립각을 세운 사외이사 간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이번 내분 사태의 핵심인 은행 감사보고서에 대해 감사위원회가 보고를 받기로 입장을 선회하면서 갈등이 봉합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그러나 금융감독원 특별검사가 임영록 회장, 이건호 행장, 사외이사 등 그룹 수뇌부의 계좌까지 추적하고 있는 상항에서 양측이 쉽게 타협점을 찾긴 힘들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결국 전산시스템 교체를 놓고 발생한 갈등이 외부에 알려진 지 열하루 만에 KB금융이 표면적이라도 갈등을 봉합할 것인지, 법정다툼으로 비화되는 파국을 맞을지 기로에 서게 됐다.
이날 이사회의 핵심은 정병기 상임감사가 주전산기기 교체를 둘러싼 의혹을 자체 감사하며 작성한 감사보고서에 대한 사외이사들의 판단이다. 앞서 감사위원회가 1차적으로 이 감사보고서와 관련해 보고를 받는다. 당초 감사위원회는 이 보고서에 왜곡된 부분이 있다며 폐기하라고 지시한 것에 비하면 분위기가 전향적으로 바뀐 것이다.
그러나 감사위원회가 감사보고서를 이사회에 상정하는 것을 지속적으로 반대한 전례가 있어 최종 결정권을 가진 이사회에 상정될지는 미지수다. 감사보고서에는 ‘KB금융지주가 한국IBM 소요 비용을 높게 산정하고, 유닉스로 전환하는 비용은 축소한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이 행장이 금감원 특검을 요청하게 되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그러나 KB금융지주는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하며 오히려 감사보고서가 왜곡됐다고 반박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금융감독원 특검 결과가 나올 때까지는 유닉스 시스템 도입을 위한 업체 선정을 중단하는 방안에 대해 양측이 첨예한 대립각을 세울 것으로 보인다. 결과에 따라 표결을 통해 유닉스 시스템으로의 전환이 강행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이 행장이 또다시 이사회의 효력 정지를 위한 가처분신청 등으로 맞서면서 법정싸움으로 비화될 가능성이 크다.
한편 양측이 입장을 좁히지 못할 경우 금감원 특검 결과를 놓고 다시 입장을 정리하자는 방향으로 의견이 모아질 가능성도 남아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이날 이사회에서 결정을 못하고 다음주로 다시 연기될 가능성도 있다”며 “결국 금감원의 특검 결과가 나와야 이번 내분 사태의 진실이 밝혀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