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신뢰 잃고 돈도 잃고…직원들은 애간장만 탄다

입력 2014-05-30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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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산교체 지연 IBM 월 연체사용료 87억…LIG손보 인수 실패 땐 부담 가중

KB국민은행 경영진 간 갈등은 ‘치킨게임’으로 비유된다. 국민은행 주전산시스템 변경 과정에서 시작된 갈등은 리베이트 의혹으로까지 번지며 임영록 회장과 이건호 행장에게 회복할 수 없는 치명타를 입혔다.

오늘(30일) 임시 이사회에서 사외이사들이 감사 의견을 청취키로 하면서 내분사태 봉합 기대감이 커지고 있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그 사이 고객 신뢰도는 바닥으로 떨어졌고 금융당국 제재는 결과에 상관없이 이미 예고돼 있다는 것이다.

◇국민은행 경영진 갈등 후유증 심각 = 이번 사태로 당장에 예상되는 피해금액은 ‘87억원’이다. 전산시스템 교체 지연으로 국민은행이 IBM측에 지불해야 하는 월 연체 사용료다.

전일 국민은행 전산시스템 교체 입찰제안서(RFP) 마감 결과, SK C&C 이외에 추가로 응찰한 곳이 없어 연체 사용료를 지불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더 큰 문제는 고객 신뢰도 하락이다. 소매금융 기반의 국민은행으로서는 가장 큰 부담이다. 지난해 취임한 이 행장이 힘을 싣고 있는 ‘스토리금융’이 빛을 발하지 못하고 있다는 질타가 내부에서도 높아지고 있다.

국민은행의 3월 말 기준 원화예수금 잔액은 195조6300억원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말(164조원)대비 0.84% 증가하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우리은행(189조8300억원→194조1600억원) 2.28%, 하나은행(107조4200억원→109조1020억원) 1.57%, 신한은행(168조600억원→169조9800억원) 1.14% 등 4대 은행 가운데 증가폭이 가장 낮다.

더욱이 지난해 국민은행은 민원처리 평가에서 최하위 등급을 받아 지점에 ‘빨간딱지’가 붙여지는 굴욕을 겪고 있다.

단단히 벼르고 있는 금융당국의 제재도 앞두고 있다. 현재 금감원은 KB금융지주와 국민은행에 20여명의 검사인력을 투입하고 검사기간도 다음달 초까지 연장해 대대적 조사를 벌이고 있다. 리베이트 의혹을 풀기 위해 수뇌부 계좌까지 확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수현 금감원장이 최근 은행장들을 긴급 소집해 금융사고가 발생할 경우 “옷 벗을 각오를 하라”고 엄중 경고한 상황에서 이같은 사태가 발생한 것을 감안하면 비교적 높은 수위의 제재가 내려질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M&A 등 성장전략 ‘올스톱’ = 이번 사태로 KB금융은 모든 성장전략이 올스톱됐다. 기선을 잡을 것으로 예상됐던 LIG손해보험 인수전도 낙마 가능성이 조심스레 제기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롯데손해보험, 동양생명-보고펀드, 자베즈 파트너스·새마을금고 컨소시엄, 중국 푸싱그룹 가운데 KB금융이 가장 유리한 고지에 있다고 보고 있지만 대주주 적격성 심사에 문제가 제기될 경우 인수 자체가 불가능해질 수 있다는 의견도 내놓고 있다.

지난해 연이어 터진 금융사고와 우리투자증권 패키지 인수 실패에 이어 LIG손보 인수까지 실패할 경우 현 경영진에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현재 KB금융은 비은행 계열사 확대를 통해 수익 다각화를 꾀하고 있다.

KB금융의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은 373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2%(380억원) 감소했다. 당초 전문가들이 예상했던 순익 추정치(약 4300억원)에 한참 못 미친다. 자회사인 국민카드가 연초에 발생한 개인정보유출 사태로 영업정지 등 업무에 차질을 빚으면서 실적에 악영향을 미쳤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난국이 단기간에 해결되기 힘들 것이라고 말한다.

김인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낮은 성장을 보완해 줄 수 있는 M&A가 필요한 상황이나 최근 국민카드 고객정보 유출문제, 국민은행 전산시스템 갈등 등 내부리스크가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어서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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