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자랑스런 롯데’가 불편한 이유 -이선애 산업부 기자

입력 2014-05-30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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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랑스런 롯데의, 아름다운 롯데의, 사랑스런 롯데의, 영광스런 롯데의~”

세븐일레븐을 운영하는 롯데 계열사 코리아세븐의 사가(社歌) 1~4절의 한 소절이다. 정승인 코리아세븐 대표가 직접 노랫말을 만들어 세간의 화제가 됐다.

자신이 몸 담고 있는 조직에 대한 충성심이 높은 점은 비난할 수 없다. 오히려 조직원들의 높은 충성심은 조직 발전의 밑거름이 된다.

하지만 해당 사가가 나온 시기는 적절해 보이지 않는다. 칭찬을 넘어 칭송 일색의 노랫말은 롯데그룹의 상황에 비춰 볼 때 낯 뜨겁다. 최근의 롯데는 자랑스럽지도, 영광스럽지도 않다.

롯데쇼핑은 올해 초 세금탈루 혐의로 600억원을 토해냈다. 롯데홈쇼핑은 납품비리가 적발돼 전·현직 임원들이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롯데의 간판 최고경영자(CEO)였던 신헌 롯데쇼핑 전 대표는 수사 대상에 올라 자리에서 물러났다.

여기에 롯데쇼핑의 드러그스토어 ‘롭스’가 CJ올리브영이 입점된 매장의 건물주를 몰래 만나 롯데와의 계약을 종용했다는 사실도 최근 드러나 눈총을 받기도 했다.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숙원사업인 롯데월드타워(제2롯데월드)도 연이은 사고에 골머리를 썩고 있다. 작년 6월 구조물 추락사고로 근로자가 사망한 데 이어 지난달에도 작업 중이던 근로자가 폭발사고로 사망하는 안타까운 일도 벌어졌다. 작년부터 최근까지 추락 사고만 2건, 화재 및 폭발 사고도 2건에 달한다. 부상자도 10여명. 또 기초공사 과정에서 지하 암반수층에 균열이 생겨 공사현장과 인접한 석촌호수 물 15만톤이 새어 나갔다는 지적마저 제기돼 인근 주민은 불안에 떨고 있다.

코리아세븐의 한 직원은 “사내에서만 부르는 것이지만, 요즘 같은 분위기에서 롯데 찬양 일색의 사가는 겸연쩍은 게 사실”이라고 조심스레 말했다.

그룹의 위기 상황에서 계열사 대표가 나서 내부 결속을 도모하는 노력은 이해가 간다. 그러나 느닷없이 칭찬 일색의 사가를 새로 불러야 하는 직원들이 롯데를 더 자랑스럽고, 더 영광스럽게 생각하게 될지는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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