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고심 끝에 ‘김주성의 M.M(Music is My life)’이라는 제목으로 음악과 관련한 에피소드들을 사내 블로그에 몇 달간 연재했습니다.
제가 음악을 사랑하는 이유는 그 가치가 철저하게 상대적이기 때문입니다. 동일한 곡을 듣고도 어떤 사람은 시원한 산들바람의 청량감을, 반면에 작열하는 태양의 열정을 느끼는 사람도 있을 수 있습니다. 하물며 동일한 감상자일지라도 기분 상태나 환경에 따라서 그때 그때 다른 감정을 느끼는 것을 가능하게끔 하는 팔색조가 바로 음악입니다.
또 음악은 저에겐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관계의 장(場)입니다. 작곡가와 연주자, 그리고 그 음악이 환기하는 기억의 편린 속에 자리한 그리운 얼굴들까지. 이렇게 아름다운 선율 위로 넘실대는 수많은 사람과의 교감이 자아내는 행복감이 켜켜이 더해진 추억의 오선지가 제겐 음악입니다.
행여 어린 시절 아버지와 함께 들었던 음악을 라디오에서 조우할 때면 눈앞에 펼쳐지는 유년 시절의 다채로운 만화경을 들여다보며 살짝 시야가 뿌옇게 되기도, 학창 시절 짝사랑했던 선생님이 즐겨듣던 곡이 나오면 양 입가에 초승달이 반짝이기도 합니다.
가끔은 아침에 들은 멜로디가 온종일 귓가에 자분거리는 통에 조금 성가시기도 하지만 그래도 제 무미건조한 일상을 윤택하게 가꿔주는 인생의 반려로서 음악은 제 인생의 가장 큰 부분입니다. 그래서 전 음악과 함께 한 지난 시간들에 감사하고, 앞으로 함께 해나갈 시간들에 여전히 설렘을 느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