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은행들, 미국 사랑 식었다

입력 2014-06-03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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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다로운 규제와 거래 급감으로 어려움 겪어…RBS 300명 감축

▲미국 코네티컷주 스탬포드에 있는 RBS 미국 지사. 블룸버그

해외 은행들의 미국 월가에 대한 사랑이 식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한때 미국 월가에서 대규모 금융거래를 하고 있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꼈던 은행들이 최근 그 규모를 줄이는 등 예전과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고 2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발하기 전 스위스 투자은행 UBS와 영국은행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는 미국에 세계 최대 규모의 거래소를 지었다. 당시 UBS는 보도자료에 “축구경기장 2개 정도의 규모”, “자동차 500대가 들어갈 수 있는 크기”라며 대대적으로 홍보하기도 했다. 그만큼 미국에 대규모 거래소를 운영하는 것은 글로벌 무대에서 은행의 영향력을 과시하는 상징과도 같았다. 그러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근까지 부진을 겪으면서 드넓은 거래소는 서서히 활기를 잃어가고 있다. 여전히 운영되고 있지만 거래량이 크게 줄어들어 거래소의 활기가 예전만 못하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FT는 미국 금융가의 ‘상실의 시대’를 시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뉴욕 월가 등 미국에 진출하는 것을 성공의 척도로 생각했던 과거와 달리 금융위기 이후 당국의 까다로운 규제와 거래 급감 여파로 상당수의 글로벌 은행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FT는 설명했다.

RBS의 경우 지난주 모기지 사업부문에서 향후 2년간 300명 인원을 감축한다고 발표했다. 코네티컷 주정부는 은행이 완전 철수를 결정할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주정부는 현재 각종 인센티브를 제공하며 RBS 붙잡기에 나섰다.

그러나 주정부의 혜택과 별개로 연방정부의 금융규제가 날로 정밀해지고 까다로워지면서 미국 금융시장 자체가 매력을 상실하고 있다고 FT는 지적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 Fed)는 대형은행들이 경기 악화의 충격에서 자력으로 얼마나 버틸 수 있는지를 측정하고자 매년 고강도 스트레스테스트(재무건전성 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미국 내 자산이 500억 달러(약 51조2000억원)가 넘는 해외은행도 이런 규정이 적용된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같은 사고 재발을 막기 위한 일종의 예방책이지만 은행들에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고 FT는 지적했다.

기준이 까다롭다 보니 법적으로 HSBC 스탠다드차타드 크레디트스위스 BNP파리바 등 상당수의 해외은행이 각종 불법행위를 저지른 혐의로 막대한 벌금을 물게 됐다. 프랑스는 자국 은행인 BNP파리바에 미국이 100억 달러가 넘는 벌금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 BNP가 프랑스와 유럽 법을 어기지 않았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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