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수익구조 다변화]脫브로커리지?…고객유치 영업 축소ㆍ운용부문 강화

입력 2014-06-03 10:18 수정 2014-06-09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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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혈경쟁 따른 수익악화 현실화…자기매매 수익 확대 등 자구책 마련 고심

경기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침체에 빠진 증권사가 변화의 중심에 서 있다. 증권사마다 자체적으로 브로커리지(위탁중개) 영업 및 운용 부문의 개편을 통해 활로를 찾고 있다.

홀세일(법인영업)과 리테일(개인영업) 시장의 경쟁은 과열되고 있는 상황에서 브로커리지 부문은 한계에 달했다는 분석이다. 증권사에서는 브로커리지 영업 부문에서 탈피해 새로운 수익원을 찾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과거 증권사의 수익원 대부분은 브로커리지 영업이 차지했다. 브로커리지가 황금알을 낳는 거위 대접을 받던 시기도 있었다. 1990년대 위탁매매 수수료율은 0.5% 수준이었지만 IT 발전으로 온라인 거래가 보편화되었고 수수료 출혈 경쟁이 가속화되며 0.01%까지 낮아졌다. 경기부진 여파로 소극적 투자에 나서며 거래량은 급격하게 줄어들어 이중고에 빠져 있는 모습이다. 이에 따라 브로커리지 영업은 지속적으로 위축되고 있다.

수수료 인하 경쟁으로 브로커리지 부문의 위축세가 가속화되며 실적 악화에 대한 우려도 현실화되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대부분의 증권사들이 고객 유치에 총력을 기울이며 제로에 가까운 수수료 인하 경쟁을 펼치고 있어 ‘울며 겨자먹기’ 심정으로 제살을 깎아내고 있다며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수수료 인하에 나서는 것은 시장점유율 확대와 수익원 강화가 목적이지만 증권사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수수료 인하에 열을 올리고 있어 시장점유율은 큰 변화가 없고 수익성만 악화되고 있는 모습이다.

지난해 유가증권시장의 거래대금은 986조3752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2011년 1702조603억원에 비해 42% 줄어든 수준이다. 거래대금이 감소하며 브로커리지 영업을 담당하던 직원들의 이탈 현상도 가속화되고 있다. 지난해 말 증권업 임직원 수는 4만241명이었지만 올해 1분기 말 3만9146명으로 줄어들었다. 올해 전체적으로는 약 1500명이 더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불황이 지속되는 가운데 일선에서 브로커리지 영업을 담당하던 직원들이 구조조정 1순위로 꼽히고 있다”고 말했다.

증권사별로 자구책을 마련하느라 고심하고 있다. 통상적으로 증권사 실적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브로커리지 영업과 운용 부문은 상쇄 기능을 지니고 있다. 영업 부진을 운용 부문의 수익으로, 운용 이익 감소폭을 영업 부문에서 만회하는 등의 상호 보완적 관계를 갖고 있지만 최근 브로커리지 영업이 위축되면서 운용 부문에 대한 쏠림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나대투증권, 이트레이드증권, LIG투자증권 등에서는 인력을 충원하며 운용 부문 확대에 나서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기존 고객들의 확고한 기반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 대형사들을 제외한 중소형 증권사들은 브로커리지 영업 부진으로 흔들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를 타계하기 위한 고육지책의 일환으로 자기 매매를 통한 수익 확보에 나서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증권사 1분기 전체 실적은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61개 증권사 전체의 1분기 당기순이익은 355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10억원 감소했지만 전 분기 2928억원 적자에서 흑자로 돌아선 모습이다. 자기매매이익은 1850억원 늘었다. 채권운용은 전 분기 대비 3431억원 늘었지만, 주식과 파생상품운용 부문에서 각각 862억원, 719억원 줄었다. 지점, 인력, 비용 감축으로 인한 판매관리비도 1470억원 감소했다.

전문가들은 “증권사의 구조조정, 비용절감, 금리 안정화에 따른 채권투자 관련 자기매매 이익이 증가하며 1분기 전체 실적이 개선됐다”고 평가하면서도 “전형적 불황 국면 속에서의 흑자 구조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KDB대우증권 관계자에 따르면 “증권업 불황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성과급 축소 등 판매관리비를 줄였고, 전형적 강점을 보이던 리테일 부문에서의 신규고객 유입과 고객 자산 증대가 실적 개선으로 이어졌다”고 밝혔다. “채권운용 관련 이익 증가도 실적 개선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런 와중에 브로커리지 부문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들리고 있다. 위탁매매수수료 수익 규모가 정체됐지만 전체 수수료 수익에서 브로커리지가 차지하는 비중은 절반을 넘는 수준이다. 구조적 패러다임의 변화 속에서도 브로커리지 부문은 수익 기반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KDB대우증권은 증권업계 위기 속에서도 공격적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전문성을 내세우며 고객 지향적 리테일 영업 부문을 강화하고 있다. 점포 규모를 다변화하는 가운데 고객 신뢰를 바탕으로 한 증권사들은 브로커리지와 자산관리(WM)를 연계한 시너지에 주목하고 있다. 브로커리지를 통해 다양한 상품군을 접할 수 있는 장점과 자산관리 부문으로 확대되는 성장동력을 지니고 있다는 분석이다. WM 역량을 통한 브로커리지 부문의 개선세가 기대되고 있다. 장효선 삼성증권 연구원은 “브로커리지가 종합 자산관리 수단의 하나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보인다”며 “시너지 효과 창출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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