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민운동 대부 '파란눈의 신부' 정일우 신부 선종

입력 2014-06-04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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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우 신부 선종

‘파란눈의 신부’로 유명한 빈민운동의 대부 정일우 신부가 지난 2일 오후 7시40분 지병으로 선종했다. 향년 79세.

아일랜드계 미국인인 정 신부는 1960년 9월 예수회 신학생 신분으로 처음 한국땅을 밟았다. 1963년 실습이 끝난 뒤 미국으로 돌아갔다가 4년 뒤 고등학교 은사인 고(故) 바실 프라이스 신부(2004년 선종)의 영향으로 다시 한국을 찾았다.

서강대 설립 주역인 프라이스 신부는 1966년 국내 최초로 노동문제 연구소를 열어 34년 동안 노동자들에게 노동법과 노조 활동, 단체교섭 방법 등을 가르친 국내 노동 운동의 선구자다.

정 신부는 프라이스 신부와 함께 서강대에서 강의하던 1972년 학생들이 유신반대 운동을 하다 당시 중앙정보부에 잡혀 들어간 것을 계기로 한국의 사회운동에 눈을 떴다. 이때 정 신부는 학생들의 석방을 요구하며 8일 동안 단식하기도 했다.

이후 개발 논리에 밀려 비참하게 살아가는 빈민들의 삶을 접한 뒤 청계천과 양평동 판자촌 빈민들과 함께 생활하며 빈민운동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빈민들이 스스로 권리를 찾을 수 있도록 의식 교육을 하고 판자촌 철거 반대 시위를 주도하면서 빈민의 ‘정신적 아버지’로 자리잡았다.

서울올림픽을 앞둔 1980년대. 곳곳에서 철거작업이 진행되자 상계동과 목동 등지에서 철거민을 도왔고 이들의 자립을 위해 ‘복음자리 딸기잼’을 만들어 팔았다.

정 신부 곁에는 고(故) 제정구 전 의원이 든든한 동지로 늘 함께했다. 이들은 1986년 아시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막사이사이상을 공동 수상했다.

그는 생전에 “판자촌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은 개발 논리에 밀려 정부로부터 버림받은 사람들이다. 신앙인으로서 어떻게 그들을 외면할 수 있겠냐”고 말했다.

1998년 귀화한 뒤 충북 괴산에 농촌 청년 자립을 돕기 위한 누룩공동체를 만들어 농촌 운동에도 힘을 쏟았다. 2004년 70세 생일을 앞두고 단식 도중 쓰러졌다가 이듬해 중풍으로 다시 쓰러진 뒤 모든 활동을 접고 요양해 왔다.

정 신부의 장례미사는 4일 오전 8시30분 예수회센터 3층 성당에서 거행됐다.

정일우 신부 선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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