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기자의 모터키즈] 소년, 남자가 되다… 아우디 A3

입력 2014-06-08 21:42 수정 2014-06-09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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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디 디자인이 어느 틈엔가 차가워졌습니다. 보디라인이 날카롭지 않으면서도 눈매는 언제나 서늘한 분위기를 품고 있습니다. 헤드램프가 매서워지면서 특유의 표정은 사라졌습니다. 무표정한 얼굴은 냉소적인 ‘시니컬(Cynical)’한 분위기를 만들어 냅니다. 아우디의 특징이자, 고급차로서 응당 담아야 요소이기도 합니다.

한때 아우디를 두고서 일었던 ‘프리미엄 or 니어 프리미엄’ 논란은 이제 설자리를 잃었습니다. 적어도 2014년을 사는 우리에게(또는 글로벌 시장에게) 아우디는 독일 3대 프리미엄 브랜드로서 '존재의 당위성'을 지닙니다.

이러한 변화는 아우디의 상품전략에서 시작했습니다.

벤츠와 BMW에 견줄만한, 아니 능가할만한 W12 6.0 엔진을 겁없이 내놓았습니다. 여기에 그들에게는 없는, 수퍼카 람보르기니 가야르도를 베이스로한 미드십 수퍼카 R8까지 내놓으며 영역을 넓혔습니다.

모든게 브랜드 이미지를 끌어올리기 위한 아우디의 전략이었고, 그 전략은 성공했습니다.

▲아우디 A3는 소형차 시장 확대를 노린 프리미엄 브랜드의 상품전략 중 하나입니다. 윗급의 브랜드 아이덴티티가 고스란히 녹아든 이유도 뚜렷합니다. A3 오너들을 다시금 아우디 윗급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전략입니다.

◇ 21세기 자동차 디자인의 밑그림이 된 아우디

아우디는 21세기 들어 단기간에 성공한 브랜드로 일컬어집니다. 메르세데스-벤츠와 BMW가 양분했던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 반열에 어느 틈엔가 아우디가 올라선 것이지요.

한때 아우디는 그들의 양강 구도 바로 밑에 포진하며 ‘니어 프리미엄’을 추구했습니다. 그것도 힘겹게 그 지위를 유지했던 아우디가 어느 순간 메르세데스-벤츠와 BMW, 아우디로 대변되는 독일 3대 프리미엄 브랜드가 된 것이지요.

아우디의 이러한 변화는 2004년 싱글(혹은 모노) 프레임 그릴을 달고 등장한 A6에서 시작합니다. 자동차 범퍼 아래쪽까지 프론트 그릴을 대형화된 것이지요. 세상은 이 디자인에 깜짝 놀랐고 발빠르게 이를 모방하기 시작합니다.

디자인, 특히 앞모습에 고민했던 대중차 브랜드에게 아우디의 시도는 따라하기 좋은 본보기가 됐습니다. 조금씩 해석이 다를 뿐 밑그림은 동일합니다. 쉐보레는 듀얼 매시 그릴로 이를 형상화했습니다. 일본 미쓰비시는 사다리꼴 그릴로, 토요타의 고급차 브랜드 렉서스는 스핀들 그릴로 이를 추종하고 있습니다.

현대차 역시 범퍼까지 아우르는 프론트 그릴을 앞세웠지요. 다만 아우디의 단순한 사각형을 따라하지는 않았습니다. 6각형으로 형상을 바꾸고 ‘헥사고날 그릴’로 이름 지었습니다. 아무리 "모방하지 않았어요"를 외친들, 이런 디자인 속에 담긴 영감은 아우디 '싱글 프레임 그릴'에서 시작했습니다.

여기에 또 하나. 주간주행등으로 불리는 '데이타임 러닝 라이트' 역시 아우디가 내세운 제안이었습니다. 이후 많은 자동차 회사들이 LED 드라이빙 램프를 장착하기 시작했습니다. 형태와 소재(면발광)도 여러 형태로 발전하게 됐지요.

적어도 21세기 자동차 디자인의 시작은 아우디가 이끌었다고 봐도 무리한 표현은 아닌 셈이지요.

▲아우디의 눈매는 이제 서늘한 분위기를 추종합니다. 특유의 표정이 사라졌지만 거꾸로 날카로운 카리스마를 얻었습니다.

오늘 이야기의 주인공인 A3는 아우디의 막내 해치백이었습니다. 윗급 A4에서 시작하는 세단 라인업에 자칫 '누'가 될까 우려해 해치백만을 내세웠습니다. 1996년 처음으로 등장한 이후 줄곧 해치백이었습니다.

따지고 보면 A4의 바로 아랫급이니 많은 부분 A4와 공유했으리라는 선입견이 강한데요. 엄밀히 따져 A3는 아우디의 플랫폼 궤를 벗어난, 전혀 다른 아우디입니다.

A3는 이름과 디자인만 아우디의 것이지 내용물은 폭스바겐으로 보는게 맞습니다. 2세대부터 폭스바겐 골프의 플랫폼을 변형없이 얹었고 주행성능도 큰 차이가 없었으니까요.

그러나 고성능을 상징하며 ‘핫해치’라는 별명까지 얻었던 GTI와 달리 아우디 A3는 같은 엔진을 얹고도 럭셔리 해치백을 추구했습니다. 기본 조건이 같을 뿐, 두 차가 지향하는 궁극점은 달랐다는 의미입니다.

A3는 그렇게 3도어어와 5도어 해치백의 굴레를 벗어나지 않았습니다. 그런 A3를 볼 때마다 잘 생긴 소년의 이미지가 가득했습니다. 정장보다 청바지에 운동화가 더 어울리는 차이기도 했으니까요.

그랬던 A3가 마침내 세단으로 영역을 넓혔습니다.

A3 세단의 등장은 많은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A3가 경쟁하고 있는 곳은 프리미엄 브랜드의 소형차 시장입니다. 고급차 브랜드의 소형차는 하나의 시장 교란을 일으켰습니다. 다양한 효과와 노림수가 숨어있기도 합니다.

어린 시절 아우디를 경험한 이들이 다시 아우디를 찾게끔 만든다는 전략입니다. 일종의 ‘브랜드 추종성’을 이용한 마케팅 기술입니다. 고급차만 만들었던 메이커들이 하나둘 소형차를 만들게 된 것도 이런 배경이 깔려있습니다. 앞서 미국의 캐딜락과 영국의 재규어 역시 같은 전략을 답습하기도 했습니다.

그저 소년으로만 보였던 A3는 이제 세단으로 영역을 넓히면서 어느 틈엔가 남자가 돼 우리 앞으로 돌아왔습니다. 작고 암팡진 모습의 소년이 마침내 남자가된 셈이지요.

▲균형 잡힌 레이아웃은 어디에 세워도 좋은 그림을 만들어 냅니다.

#아우디의 새로운 엔트리급 세단으로 자리매김해 

이 남자(A3 세단)는 A4의 전작(코드네임 B7)과 사이즈가 비슷합니다. 2009년 새 모델(코드네임 B8)이 등장하면서 A4는 덩치를 키워 A6에 가깝게 변했습니다. 그리고 그 빈자리를 A3 세단으로 다시 채워넣었습니다. 아우디의 적절한 전략이었습니다. 영토확장과 함께 A3는 엔트리급 세단이라는 중요한 임무를 맡게 됐습니다.

때문에 최근 아우디의 디자인 역량이 집중되기도 했습니다. 소형차라 하여, 급이 낮은 자동차라하여 디자인에서 한발 물러나지 않은 것은 참 잘 한 일입니다.

차 급이 낮으면 응당 디자인에서 무언가를 포기해야 했지만 적어도 A3를 만나면서 그런 걱정은 접어도 좋습니다. 보는 각도에 따라서, 조금 어눌하게 변한 뉴 A4보다 한결 더 날카로운 눈매를 자랑하고 있으니까요.

먼저 균형미가 도드라집니다. 앞 펜더에서 시작한 뚜렷한 캐릭터 라인은 뒤 테일램프까지 이어집니다. 이 라인은 다시 트렁크 리드와 만나면서 남자다운 보디라인을 완성하지요. 전체적인 레이아웃은 롱 노즈, 숏 데크 스타일을 고스란히 추종합니다. 앞이 길고 뒤쪽이 짧은, 그래서 보다 스포티한 디자인을 만들었고, 그 전략에 마침표를 찍고 있습니다.

차 크기는 구형 A4(코드네임 B7)와 비슷하되 실내는 오히려 넉넉합니다. 구형 A4의 뒷자리는 누군가를 태우기가 미안할 정도로, 정말이지 좁아터졌었거든요.

▲인테리어에는 동그란 '원'을 형상화한 디자인이 많습니다. 직선기조의 레이아웃 속에 스포츠성을 더한 '디자인 터치'입니다.

인테리어의 주제는 단순함(Simple)입니다. 필요한 것들만 나열했고 거추장스러운 치장은 걷어냈습니다. 자동차로서 기능에 충실합니다. 더 이상 필요한 것도, 모자랄 것도 없는 모습은 이 차의 매력을 더욱 키워줍니다.

눈앞에 보이는 대시보드 곳곳에 원을 주제로한 디자인 터치가 오롯이 내려앉았습니다. 그러나 전체적인 모습은 기능성 위주의 디자인풍조 ‘바우하우스’입니다. 꽤 잘 만든 인테리어이지요.

곳곳에 자리 잡은 버튼과 다이얼도 아우디 감성품질의 궤를 벗어나지 않습니다. 차급이 낮을 뿐 버튼의 감성품질은 모든 아우디가 동일합니다. 조작감은 물론 손끝에 와닿는 곳곳에 아우디의 감성품질을 녹여 넣었습니다.

엔진은 직렬 4기통 2,0 TDI입니다. 커먼레일이 넘쳐나는 세상에 직분사만을 고집하는 디젤 엔진입니다. 최고출력 150마력, 순발력을 좌우하는 최대토크는 3000cc 가솔린 엔진에 버금가는 32.7kg·m나 됩니다.

2.0 TDI 엔진은 육중하고 과격하지만 이제 그리 반응빠른 엔진으로 불리지 않습니다. 처음 출시 당시보다 더 좋은 엔진이 많이나온 탓이지요.

나아가 골프 GTD(5세대)를 시작으로 우리는 괜찮은 디젤 엔진을 경험해 버렸습니다. 결국 아우디폭스바겐이 우리 스스로의 입맛을 끌어올린 셈입니다.

▲비슷한 크기에 같은 엔진을 얹고 똑같은 앞바퀴굴림 방식이지만 주행성능과 핸들링은 뚜렷한 차이를 보입니다. 왼쪽은 A3의 가로배치 엔진, 오른쪽은 윗급 A4의 세로배치 엔진입니다.

자연스레 A3와 A4가 비교 선상에 오르고는 합니다.

결론부터 언급하자면 덩치가 비슷한 두 차이지만 주행성능은 확연히 다릅니다. 많은 이유 가운데 하나가 엔진 구성의 차이입니다. 윗급 A4는 아우디가 전형적으로 추구해온 세로배치 엔진 구성입니다. 반면 새로 등장한 A3 세단은 해치백과 마찬가지로 가로배치 엔진입니다.

먼저 시동을 걸고 가속페달을 밟는 순간부터 차이점이 드러납니다. 세로배치 엔진은 순간적으로 고회전까지 치솟을 때 엔진이 ‘움찔’하는 진동을 차체에 전달합니다. 반면 가로배치 엔진은 이른 어색함이 없습니다.

같은 2.0 TDI 엔진이라면 A3의 엔진 무게중심이 A4보다 앞범퍼 쪽으로 더 이동했습니다.

코너 초입에서 핸들링은 A3가 좀 더 명민합니다. 앞바퀴를 지긋이 눌러주는 모션이 조향 바퀴에 힘을 실어 줍니다.

코너의 중간 기점에서 코너 바깥으로 밀려나가려는 성질, 즉 언더스티어는 A3와 A4 모두 비슷합니다. 다만 구조적으로 A3의 한계점이 더 멀리 있습니다. 그만큼 A3가 스포티하게 움직일 수 있는 범위가 넓다는 의미입니다.

두 차종(서스펜션 노멀 모드)이 코너링에서 한계점에 다다르는 모습도 확연하게 차이를 보입니다. A3는 한계점까지 침묵하면서 접근합니다. 그러다 순간적으로 한계점을 넘어서면서 차는 돌변합니다. 그때마다 놀란 토끼눈이 돼서 후다닥 카운터 스티어로 차를 잡아세우기 일쑤입니다.

▲A3는 엔트리급 세단으로 자리잡았습니다. 동시에 이 차급에서 아우디가 누릴 수 있는 것은 전부 담고 등장했습니다. 디자인과 성능, 감성품질까지 무엇하나 아우디의 굴레를 벗어나지 않았습니다.

반면 A4는 한계점이 가까이에 있지만 이 지점까지 접근하는 모습이 점진적이지요. ‘아~ 내가 조금만 더 무리하면 이 차가 궤적을 벗어나겠구나‘ 싶은 감각이 뚜렷합니다. 상대적으로 앞바퀴에 걸리는 무게가 적다보니 일찌감치 언더스티어가 시작하는 셈이지요.

타이어 그립력의 미세한 차이를 무시한다면 오늘의 주인공인 A3의 거동이 좀더 스포티합니다. 반면 안전하게 한계점을 넘나들기에는 A4의 거동이 더 쉽습니다.

개인적으로 A4 2.0T(코드네임 B7)를 타고 있는 기자의 눈에 A3는 컴팩트 세단으로서 모자람이 없습니다. 이제 A4를 버리고 곧 A5 출고 날짜를 손꼽아 기다리는 마당에 막내 A3는 적잖은 혼돈을 주고 있습니다.

시승 내내 가슴 속 저 깊은 곳부터 슬며시 ‘한 대쯤 갖고 싶다’는 욕구가 꿈틀거리고 있습니다. 또 새 차가 나온이후 마음을 어디에 둬야할지 벌써부터 고민입니다.

▲A3를 시승하면서 그동안 충직한 발이 되어준 A4(코드네임 B7)에게 어떻게 마음을 줘야할지 고민만 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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