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규제, 어떻게 볼 것인가] 새까맣게 타는 제조산업

입력 2014-06-09 10:46 수정 2014-06-09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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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배출권거래제•화평법 등 내년 시행… 온실가스 규제 땐 기업들 3년간 과징금 28조원

산업계가 정부의 각종 환경 규제 움직임에 잔뜩 긴장하고 있다. 환경 보전과 안전사고 예방에 대한 이견은 없지만 현실에 맞게 탄력적인 제도 운영이 필요하다는 비판도 거세다.

정부, 산업계에 따르면 내년 1월 1일부터 탄소배출권거래제, 저탄소차협력금제, 화학물질 평가 및 등록에 관한 법률(화평법), 화학물질관리법(화관법) 등 환경 관련 여러 규제들이 일제히 시행된다.

산업계는 국내외 경제가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에서 기업 활동을 위축시킬 필요가 있는지에 강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한 대기업 임원은 “연초 예상했던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세월호 참사 여파로 한풀 꺾인 상태”라며 “내수 위축과 더불어 원화 강세로 인한 수출 경쟁력 악화도 겪고 있어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법과 제도를 강화해 안전과 환경을 지키려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꼭 지금이어야만 되는가에 관해서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입법부, 행정부는 이미 오랜 기간 산업계와 충분한 논의를 거쳐 다양한 의견을 수렴한 만큼 시행 시기를 더 늦출 수 없다는 입장이다. 특히 환경 보호를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은 각국 정부의 공통된 의제이기 때문에 국제사회에서 도태되지 않기 위해 보다 속도를 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내년 1월부터 시행될 각종 환경 규제 중 산업계의 반발이 가장 거센 제도는 탄소배출권 거래제다.

환경부가 온실가스 배출 허용 총량을 마련하는 등 탄소배출권 거래제 시행이 가시화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는 대상 업체별로 이산화탄소 배출권을 할당해 그 범위에서 온실가스를 배출하도록 하되, 여분이나 부족분은 다른 업체와 거래할 수 있도록 해 전체적으로 온실가스를 줄여나가는 제도다. 현재 유럽연합(EU)과 뉴질랜드, 스위스 등 일부 국가에서 시행 중이다.

지난달 27일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 제1차 계획기간 국가배출권 할당계획’을 발표한 환경부는 내년 1월 1일부터 증권거래소를 통해 배출권 거래제를 시행할 예정이다.

이에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6개 경제단체와 18개 주요 업종별 단체는 이달 1일 공동성명을 내고, 탄소배출권 거래제 도입 시 기업들에 3년간 최대 28조원의 과징금 부담을 지울 수 있다며 전면 재검토를 촉구했다.

이들 경제단체는 “정작 온실가스 배출 상위국인 중국(28.6%), 미국(15.1%), 일본(3.8%) 등은 시행치 않고 있는데 배출 비중이 1.8%에 불과한 우리나라만 내년부터 시행에 들어가는 것은 산업경쟁력 악화를 자초하는 처사”라며 볼멘소리를 냈다.

이에 대해 환경부는 배출권 거래제가 시장원리에 기반해 산업계의 온실가스 감축 부담을 오히려 완화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입장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배출권 거래제는 산업계가 다양한 온실가스 감축기술 도입을 촉진하게 될 것”이라며 “산업구조가 저탄소 중심으로 전환되면 기업의 장기적인 경쟁력 확보에도 도움이 될 전망”이라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배출권 거래제를 둘러싼 이번 논란이 규제 당사자인 산업계를 배제한 채 정책을 논의했기 때문으로 풀이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화평법, 화관법에 대해서는 정부와 산업계의 꾸준한 대화 과정을 통해 양측이 모두 수용할 수 있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지만, 배출권 거래제 도입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추진단, 협의체 등에 산업계 인사가 없었던 게 아쉽다”고 말했다.

화평법, 화관법도 처음엔 상당한 진통을 겪었다. 산업계는 지나친 규제의 대표적인 법률로 화평법과 화관법을 꼽기도 했다.

반발이 커지자 환경부는 지난해 8월 산업계, 민간단체, 전문가, 관계부처가 참여하는 민·관 협의체를 구성, 매주 협의체를 개최한 끝에 하위법령을 입안했다. 그동안 논란이 됐던 영업정지 대상이나 과징금 산정 방식 등에 대해서는 일정 부분 기업 부담을 경감하는 것으로 봉합됐다.

정부와 산업계가 충돌하고 있는 또 다른 규제로는 저탄소차협력금제가 꼽힌다. 이 제도는 배출가스가 많은 차량에 부과금을, 친환경 차량엔 지원금을 주는 것이다. 자동차업계는 저탄소차협력금제가 시행될 경우 소비자의 차량 구매가격이 높아지면서 수익성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저탄소차협력금제는 환경부와 산업통상자원부 등 부처 간에도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평행선을 걷고 있다.

경제단체 한 관계자는 “경제연구소들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줄줄이 하향 조정하는 등 우리 경제가 심상치 않은 상황”이라며 “경제 주체인 기업을 옥죄는 각종 환경 규제의 시행 여부, 시기 등에 대해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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