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를로스 곤 르노그룹 회장의 뒤를 이을 2인자였다가 갑작스레 쫓겨난 뒤 푸조시트로엥(PSA) 최고경영자(CEO)에 오른 카를로스 타바레스의 역습이 시작됐다고 8일(현지시간)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보도했다.
타바레스는 지난해 8월 다른 회사로 이직하고 싶다는 실언으로 곤 회장의 노여움을 사 르노 최고운영책임자(COO) 자리에서 경질됐다.
그러나 그는 지난 3월 필립 바랭으로부터 푸조 CEO 자리를 물려받았다. 프랑스 양대 자동차업체 중 하나인 PSA의 최고 수장에 올라 곤과 동일 선상에 서게 된 것이다.
이에 대해 자동차업계에서는 곤 회장이 타바레스 일생일대의 연극에 걸린 것 아니냐는 분석이 돌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소식통들에 따르면 PSA는 일본과 미국, 유럽의 자동차시장을 잘 파악하고 있으며 르노 COO로 안정된 경영수완을 보인 타바레스에 주목했다. 그러나 PSA와 르노 사이에는 임원을 교환하지 않는다는 암묵적인 규칙이 있었기 때문에 타바레스가 언론에 일부러 불만을 털어놓았다고 업계 소식통들은 설명했다.
타바레스는 프랑스 최고 사학인 그랑제꼴을 졸업하고 지난 1981년 테스트드라이버로 르노에서 직장 생활을 한 이색경력을 갖고 있다. 냉정한 관찰력이 요구되는 테스트드라이버 생활을 통해 침착하다는 평을 받은 타바레스가 아무 계산없이 실언을 할 리가 없다는 것이다.
타바레스 역습의 가장 큰 전제는 병자인 PSA를 건강한 몸으로 되돌리는 것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그는 지난 4월 ‘레이스에 복귀(Back In the Race)’라는 재건계획을 발표해 역습 시동을 걸었다.
판매차종을 종전 45종에서 26종으로 축소, 부품의 공통화와 연구ㆍ개발(R&D)의 아웃소싱 등 비용절감 조치가 재건계획의 핵심이다.
또 지난달에는 PSA 산하 브랜드 시트로엥의 신임 CEO로 영국 여성인 린다 잭슨을 발탁하는 파격인사를 단행했다.
PSA 부활의 핵심에는 일본 미쓰비시자동차, 중국 둥펑과의 파트너십이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미쓰비시는 전기차와 플러그인하이브리드 자동차 관련 기술을 축적하고 있어 매력적이다. 타바레스는 지난 3월 CEO 취임을 앞두고 마쓰코 오사무 미쓰비시 사장과 회동하기도 했다.
지난 2003년 합작회사를 설립하는 등 르노ㆍ닛산 진영과 밀접한 관계에 있는 둥펑은 올 초 PSA 지분 14.1%를 인수해 프랑스 정부, 푸조 가문과 대등한 위치의 최대 주주에 올랐다. 중국시장을 공략할 수 있는 파트너를 르노로부터 뺏은 셈이다.
다만 고용 문제로 압력을 가하는 프랑스 정부와 PSA의 기술만 노린다는 인상을 주는 둥펑, 아직도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푸조 등 3대 주주를 다루는 것이 타바레스가 직면한 과제라고 신문은 지적했다.
그러나 세계 자동차 산업을 잘 이해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아온 그가 이런 어려움을 극복하고 곤 회장에게 역습을 가할 수 있다는 기대가 적지 않다고 신문은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