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랩이 야심차게 추진했던 글로벌 사업이 차질을 빚고 있다.
10일 IT업계에 따르면 안랩은 최근 수십억원의 적자를 내고 있는 미국과 일본 법인에 대한 철수까지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5월 설립된 안랩 미국 법인의 경우 2013년에만 이미 17억3300만원의 손실을 기록했고, 2002년 설립한 일본 법인은 계속된 마이너스에 지난해도 3억6600만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미국과 일본 법인의 지난해 손실액은 안랩 영업이익(39억원)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큰 규모여서 안랩이 해외 사업의 큰 손실을 감수하며 사업을 강행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업계의 전망이다. 실제로 안랩 내부에서도 미국 법인을 정리하고 국내보다 기술력이 떨어지는 중국이나 동남아 시장으로 사업 방향을 바꾸자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안랩 고위 관계자는 “미국 진출을 선언했지만 적자가 너무 커 철수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며 “미국 법인을 철수하고 동남아 시장 공략에 나서는 게 옳다는 내부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안랩은 미국 진출 1년만에 사업을 접을 경우 이미지가 실추될 것을 우려해, 미국법인 철수 계획을 공식 발표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국내 대표 백신 기업인 안랩이 글로벌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는 이유는 이미 국가별로 PC 백신 시장이 견고한 데다 미국과 일본의 경우 안랩보다 더 높은 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심지어 업계에서는 기술력뿐만 아니라 안랩의 영업 전략도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한 IT업계 관계자는 “안랩 미국 법인에는 상주하는 임원급 인사가 없기 때문에 영업력이 떨어져 사업이 잘 풀리지 않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대해 안랩 측은 “미국 법인의 경우 지난해 5월 설립돼 현재 초기 투자 단계이기 때문에 투자비용이 발생했다”면서 “미국과 일본에서의 사업을 철수하고, 동남아 사업에 집중한다는 내용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