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효찬의 명문가 자녀교육 따라잡기] 조선시대 과거시험이 주는 교훈 -김득신家①

입력 2014-06-11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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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효찬 자녀경영연구소장

실학의 대가 연암 박지원(1737~1805)은 나이 50세에 우의정인 유언호의 추천으로 선공감 감역이라는 종9품의 미관말직을 받고 벼슬길에 나아갔다. 요즘의 국토해양부 9급 공무원에 임명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야말로 연암의 ‘굴욕’이 아닐 수 없다. 그는 64세에 이르러 양양부사에 올랐는데 15년 동안 공직에 있으면서 종3품에 오를 수 있었다.

또한 학자이자 초서로 유명한 미수 허목(1595∼1682)도 56세 때 처음으로 최하 말직인 참봉(종9품)의 벼슬을 받았고 80세에 이르러 참판(종2품)에 오를 수 있었다. 명재 윤증(1629~1724)은 조선시대 선비정신의 상징으로 통하는 인물이다. 그는 36세 때 처음 종9품인 내시교관에, 53세에 성균관 사예(정사품)에 임용되었지만 관직을 받지 않았고 68세에 이르러 공조판서를 내렸는데 그래도 나아가지 않았다.

여기서 보듯이 조선시대에는 대학자여도 종9품에서 관직을 시작하는 게 관행이었다. 조선시대에는 과거시험에 합격해도 최말단인 종9품에 임용되었다. 요즘 행정고시에 합격하면 5급 공무원이 되고 경찰대를 나오면 곧바로 파출소장에 임명하는 것도 난센스다. 인재가 많지 않았던 개발도상국 시절에야 그렇게 할 수 있다고 해도 요즘처럼 인재가 넘쳐나고 전문가나 경력자가 홍수인 시대에는 5급 공무원 시험이나 경찰대의 파출소장 임명은 반드시 재고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대학 교수를 장관으로 임명하는 게 관행처럼 돼 있지만 이는 결코 바람직한 현상이 아니다. 교수가 아니어도 인재들은 널려 있다.

백곡 김득신(1604~1684)은 무려 59살에 과거시험에 합격했다. 과거시험은 요즘 사법고사나 행정고시 공부하는 것보다 더 경쟁이 치열했다. 3년에 한 번씩 보는데 단 70명 정도밖에 뽑지 않았다. 대부분 30대까지 과거시험에 응시하다 계속 떨어지면 포기를 하는데 김득신은 그렇지 않았다. 그는 과거시험에 떨어질 때마다 주변 사람들로부터 과거시험을 때려치우라는 비아냥거림과 조롱을 들어야 했다.

그러나 늦게 나간 벼슬길은 순탄치 못했다. 첫 관직으로 성균관 학유(요즘 9급 공무원)에 임명된 것을 시작으로 여러 벼슬을 했지만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동료로부터 ‘왕따’를 당하기 일쑤였다. 홍천현감과 정선군수에 뽑혔지만 신하들이 그를 적임자가 아니라고 저지하는 바람에 결국 부임하지 못했다. 결국 김득신은 7년 동안 벼슬을 하다 68살에 고향으로 돌아가야 했다. 오기와 끈기로 예순을 앞두고 과거시험에 합격한 보람도 없이 초라한 귀향이었다. 충북 괴산에 가면 ‘취묵당’이라는 정자가 있는데 김득신이 책을 읽고 시를 지으면서 말년을 보낸 곳이다. 높은 벼슬은 하지 못했지만 시를 416수나 남겼다. 신흠·이정구·장유와 함께 조선시대 한문사대가의 한 사람인 이식으로부터 “그대의 시문이 당금의 제일”이라는 평을 들음으로써 이름이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다. 그는 시인으로는 역사에 이름을 남겼지만 고위 공무원에는 오르지 못했던 것이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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