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송전탑 농성장 철거…인권위 현장서 뒷짐 "앉아서 뭐하세요?"

입력 2014-06-11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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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 송전탑 농성장 철거

▲11일 오후 경남 밀양시 상동면 고답마을 115번 송전탑 공사현장에서 765㎸ 송전탑 공사에 반대하는 주민과 경찰이 서로 격한 대화를 나누는 동안 국가인권위원회 관계자가 한가하게 바닥에 앉아 있다. 국가인권위는 이날 현장에서 소극적인 대처로 비판을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경남 밀양 송전탑 건설 반대 농성장 강제 철거 과정에서 인권침해를 막기 위해 파견된 국가인권위원회가 현장에서 소극적으로 대처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대규모 공권력 투입이 예상되면서 송전탑 반대 대책위원회측이 긴급구제 신청을 했지만 현장에서 안일한 태도를 보인 것으로 알려져 빈축을 사고 있다.

인권위 직원들은 11일 오전 6시 농성장 강제 철거 행정대집행이 개시된 부북면 장동마을 입구 농성장에 이어 두 번째 행정대집행 장소인 평밭마을 129번 송전탑 건설 예정지 농성장에서 활동을 벌였다.

앞서 국가인권위는 전날 밀양 현지에 인권지킴이단 13명을 파견했다. 대규모 공권력 투입이 예상되면서 송전탑 반대 대책위원회측이 긴급구제 신청을 했기 때문이다.

이날 농성장 철거를 위해 투입된 경찰 인력은 대부분이 70~80대 노인인 마을 주민들을 농성장에서 끌어냈다. 이 과정에서 쇠사슬을 걸고 버티는 등 극렬하게 저항하던 주민들은 대부분 경찰에 의해 농성장에서 끌려나왔다.

경찰력이 농성장 철거를 위해 현장에 진입했을 당시 인권위 직원들은 '국가인권위원회' 글자가 앞뒤로 새겨진 파란색 조끼를 입고 경찰 진입 과정, 경찰-주민 간 대치·충돌 과정 등을 지켜봤다.

주민들을 도우러 온 수녀들도 현장에 스크럼을 짜고 드러누워 버텼지만 경찰 여러 명이 동시에 끌어내는 것을 버티기는 역부족이었다. 이들은 결국 끌려나간 뒤 바닥에 주저앉아 한동안 눈물을 삼켜야 했다.

경찰이 저항하는 주민들의 목에 걸려 있는 쇠사슬을 절단기로 자르는 위험천만한 장면도 수 차례 목격됐다.

이런 과정을 지켜본 일부 인권위 직원은 눈물을 보였다. 한 인권위 직원은 현장 분위기를 "참담하다"고 표현했다.

그러나 정작 현장에서 인권위가 한 일은 인권침해 소지가 있다고 판단될 때 경찰의 자제를 요청하는 호루라기를 부는 데 그쳤다.

경찰서장이나 현장 지휘관에게도 전화로 자제를 요청했다고는 하지만 현장에 투입된 경찰은 거침없이 주민 '격리'와 철거 지원작업을 진행했다.

농성장에서 행정대집행 과정을 지켜본 민선(32) 인권단체연석회의 인권침해감시단 활동가는 "인권침해가 주민들에게 발생할 소지가 크기 때문에 인권위가 주민과 제일 가까이 있어야 했지만 경찰 뒤에서 지켜보는 등 물리적 거리감이 있었다"며 "심한 충돌이 있을 때에는 잠시 철거 작업을 중단시키는 등 조처가 있어야 했는데 인권위는 사실상 현장에서 유명무실했다"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해 인권위 측은 이에 대해 "아예 없는 것보다는 인권위 직원들이 파란 조끼를 입고 있으면 (상황을) 진정시키고 사고 예방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면서도 "(인권위 활동이) 100% 다 효과 있다고 보기는 힘들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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