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와 강남구가 구룡마을 개발방식을 두고 또 한번 마찰을 빚고 있다.
강남구는 환지방식을 도입하면 대토지주(주택건설사업자)에게 특혜를 줄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지만 서울시는 아파트 외 다른 목적으로 개발할 수 없는 토지를 주면 특혜 소지가 없다고 맞서고 있다.
시는 또 관련 개발사업이 법정 시한 내에 마무리 될 수 있게 구룡마을 개발계획(안)을 12일 강남구에 제안했다.
강남구는 SH공사가 2012년 12월 서울시, 주민 등이 참석한 가운데 개최한 정책협의서에서 비공개한 회의자료를 12일 공개하며 시가 특정 대토지주에게 특혜를 주려 한 것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구는 해당 자료에 환지계획안과 함께 특정 대토지주 A씨에게 5만 8420㎡의 주택용지를 공급할 수 있게 한 내용이 있다고 주장했다.
강남구 주택과 관계자는 “지금이라도 환지방식 도입을 철회하고 전면 수용·사용방식으로 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용·사용방식은 해당 토지 개발 후 토지주들에게 현금으로, 환지방식은 토지주 뜻대로 개발할 수 있는 토지로 보상해주는 것이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해당 자료는 검토안일 뿐이며 특혜 소지를 뺀 개발계획안을 놓고 실무진 간 협의를 계속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도시계획국 관계자는 “전날 부구청장을 직접 찾아가 단독·연립주택·아파트용 용지 등 3가지 방식으로 '입체환지'를 제안했다. 아파트 용지로만 공급하는 환지는 다른 방식으로는 개발이 안 된다”고 말했다. 또 “SH공사에서 가감정을 해본 결과 대토지주 A씨조차 개발이익이 0.1%도 안 된다”고 덧붙였다.
시는 이날 브리핑을 열고 SH공사를 통해 ‘구룡마을 개발계획(안)’ 강남구에 제안했다고 밝혔다.
후속절차인 개발계획 수립의 법정 시한이 임박한 관계로 사업시행예정자인 SH공사가 입안권자인 강남구에 개발계획(안) 제안서를 제출할 계획이라고 시는 설명했다.
이 계획안은 2012년 8월 2일 도시개발구역 지정 고시 이후 거주민·토지주 대표와 전문가, SH공사, 서울시가 함께 참여하는 ‘구룡마을 정책협의체’ 회의, 전문가 자문회의, 주민설명회 등을 거쳐 수립됐다.
이 과정에서 △주변 자연환경과 조화되고 자족기능을 갖춘 단지계획 △영세한 거주민 재정착 실현을 위한 임대료 저감방안 △재정착 후 일자리창출 등 마을공동체 활성화방안 △개발이익 사유화 및 특혜의혹 불식을 위한 환지계획 등이 중요하게 검토됐다.
특히 시는 환지계획과 관련, 1가구당 1필지(또는 1주택) 공급원칙 하에 일정규모이하의 단독주택 및 연립주택부지, 또는 아파트 1채 중 하나를 선택 가능토록 계획했다고 주장했다.
SH공사가 개발계획(안)을 강남구에 제출하게 되면 강남구에서 주민공람 등 관련절차를 거쳐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에 계획 결정을 요청하게 된다.
이후 시는 관련기관 협의 및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거쳐 개발계획(안)을 확정하게 된다. 시는 이 과정에서 입안권자인 강남구의 의견 개진이 가능하며 이에 대한 충분한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 구룡마을 개발은 2011년 서울시가 수용·사용방식의 개발 방침을 발표하면서 본격화했다.
그러나 서울시가 2012년 6월 토지주들에게 일부 토지를 본인 뜻대로 개발할 수 있게 하는 환지방식을 도입하겠다고 밝히면서 개발 계획을 바꾸자 구가 반대해 개발이 지연됐다. 갈등이 심화하자 시는 지난해 10월 감사원에 직접 감사를 요청한 바 있다.
감사원은 올해 상반기 중 결과를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으나 지방선거와 맞물리면서 발표가 연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