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 슈퍼마켓 출범으로 펀드 판매 사간 경쟁이 과열되면서 투자자들이 판매·운용사에 내는 각종 보수 비용이 올해 들어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12일 한국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전체 펀드의 총보수비용률(TER)은 지난 2월 말 기준 0.83%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한 뒤 3월 말과 4월 말에도 0.84% 수준을 나타냈다.
TER는 투자를 위해 계속적, 반복적으로 내야 하는 제반비용이 펀드의 순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뜻한다. 운용·판매·수탁에 들어가는 펀드보수, 거래수수료와 회계감사 비용 등에 들어가는 기타 비용을 합쳐 산출한다.
일반적으로 펀드에 가입할 때 일회성으로 내는 판매 수수료와는 달리 이들 비용은 펀드 운용 기간에 자동으로 빠져나간다.
TER는 업계가 활황을 보이던 2007년에는 1.72%를 찍었지만 지속적으로 하락세를 보여왔다. 매년 말일을 기준으로 2008년 1.33%, 2009년 1.38%, 2010년 1.18%, 2011년 1.11%, 2012년 0.97%, 2013년 0.87%를 나타낸 것.
TER 하락의 가장 큰 요인은 펀드 판매 사간의 치열한 경쟁 때문이다. 국내 펀드시장 규모가 수년째 300조원 내외에서 정체되며 운용·판매사 사이에 ‘저가 경쟁’이 불붙은 데 따른 것.
특히 온라인 시장에서의 가격 할인이 두드러진다. 여기에 국내 최초의 펀드 슈퍼마켓인 ‘펀드온라인코리아’가 선취 수수료 무료와 싼 보수 비용 등을 내세우며 지난 4월 문을 연 뒤 경쟁은 심화되고 있다.
금융당국이 지난 2010년 펀드 가입 기간이 길수록 판매보수를 낮추는 체감식(CDSC) 제도를 일괄 시행하는 등 가격 인하를 위한 다양한 정책을 편 것도 TER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
신동준 금투협 집합투자서비스본부 자산운용지원부장은 “투자자들이 비용에 대해 민감도가 높아지며 비용을 낮추려는 업계의 경쟁이 치열해졌고, 정책 당국도 보수인하 정책을 지속적으로 펼치며 TER가 크게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내부에서는 펀드시장이 충분히 성장하지 못한 상황에서 운용보수와 판매보수 등이 지나치게 낮아지게 되면 산업 성장에 제약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신 부장은 “투자자들 입장에서 보면 TER 하락이 긍정적이지만, 자산운용산업 측면에서 보면 서비스 고도화를 위해 재투자할 수 있는 여력이 소진되는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