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과천선’ 조기종영, 석연찮은 MBC의 해명 [홍샛별의 별별얘기]

입력 2014-06-16 0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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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MBC 제공)

좋은 작품이다. 그래서 더 아쉽다.

MBC 수목드라마 ‘개과천선’은 뭐하나 흠 잡기 어려운 웰메이드 작품이다. 드라마 속에는 작금의 어지러운 현실이 녹아있다. 태안반도 기름 유출 사고, 키코 사태, 동양 사태 등 동시대를 살고 있는 현실 저 너머의 서서히 잊힌 사건을 불러온다. ‘개과천선’은 다양한 에피소드로 강렬한 메시지를 전달했다. 현실이 반영된 드라마 속 이야기는 구체적이었고, 그렇기 때문에 시청자는 드라마를 통해 부조리한 사건에 냉엄한 잣대를 들이댈 수 있었다.

연기 역시 훌륭했다. 김명민은 1인 2역에 버금가는 연기를 보였다. 냉혈한의 변호사가 불의의 사고로 기억을 잃은 뒤 따뜻한 변호사로 거듭나는 과정을 과장 없이 섬세하게 표현해냈다. 동료 연기자들이 그에게 “NG 한 번만 내달라”고 애원할 정도로, 칼 같은 연기를 펼쳐왔다.

그러던 중 별안간 ‘개과천선’의 조기종영 소식이 들려왔고, 어째 이 모든 책임은 김명민으로부터 비롯된 모양새다.

월드컵 출정식 중계와 6.4 지방선거 개표 방송으로 2회가 결방되면서 18회 방송에 차질이 생긴 ‘개과천선’은 2회 축소된 16부로 조기종영을 결정했다. 이에 대해 MBC는 주연배우 김명민이 다음 작품을 준비하면서 추가 촬영이 어려워졌고, 후속작이 방송 준비를 마친 상태라 불가피했다고 설명했다. MBC와 합의 하에 조기종영을 결정했다는 제작사 역시 “첫 방송 이전 계약단계에서 배우 김명민과 다른 배우들도 차기작 스케줄에 대한 공지가 미리 있었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이에 대해 김명민 측이 입을 열었다. ‘개과천선’ 출연 결정 전 이미 영화 스케줄을 잡아놨던 김명민은 결방이 되면서 촬영 시간과 기회가 늘어날 것이라 기대했지만, 제작현실이 예상보다 순탄치 않았음을 고백했다. 열악했던 촬영 현장은 긴박하게 돌아갔다. 3회부터는 생방송 일정이나 다름없었다. 그 과정에서 스트레스를 받았던 주연배우 김명민은 목소리가 나오지 않아 기계를 입에 물고 촬영하고, 각종 질병으로 인해 약을 복용했다.

(사진=MBC)

조기종영의 사태는 배우의 책임이 아니다. MBC는 조기종영 관련 보도자료에 주연배우 김명민의 이름을 언급하기 전, ‘쪽대본’이 난무하는 열악한 제작환경을 다시 한 번 되새겼어야 했다. 시청률 저조와 외압 등 조기종영에 대한 시청자의 추측성 비난이 난무하는 것도 여기에서 비롯됐다. MBC가 해명으로 내세운 김명민이라는 카드는 적합하다기보다 옹색했다.

열악한 드라마 제작환경은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바로잡아야 하고, 빠르게 개선돼야 한다. 시청률 만능주의에 빠진 방송사의 편성오만도 고쳐야 한다. 시청률이 잘 나오면 추가 방영하고, 저조하면 조기종영하는 것은 드라마의 완성도를 고려하지 않은 미숙하고 옹졸한 처사다.

“유종의 미를 거두고자 극도의 피로와 스트레스 속에서도 고군분투하려했던 배우에게 모든 잘못의 굴레가 씌워지는 듯한 모양새는 옳지 않은 것 같다. 그저 연기만 하고 싶어 하는 배우가 이런 일련의 소란스러운 과정 때문에 아직 남은 기간 동안 연기하는데 방해가 될까 걱정스러운 마음이 앞선다”는 김명민 측의 발언은 생각할 만한 여지를 남긴다.

“제 자신을 위해 연기하지 않겠습니다.” 2005년 KBS 연기대상에서 ‘불멸의 이순신’으로 대상을 수상한 김명민의 수상소감이다. 그의 울음 섞인 목소리에 담긴 진정성을 시청률에 의한 조기종영이라는 싸구려 굴레에 가두지 말자. 연기는 연기자에게, 방송은 방송사에게 책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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