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억 투자해 1만2300주 사들여 … 3월 등기이사 복귀 후 첫 매입]
[지분변동] 빙그레 김호연 전 회장이 6년여만에 등기이사로 복귀한 뒤 처음으로 자사주를 매입했다.
1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김 전 회장은 지난 11일부터 13일까지 사흘간 빙그레 자사주 1만2335주를 장내매수 했다. 당일 종가 기준 총 1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한 것으로, 김 전 회장의 지분율은 33.26%(327만6762주)에서 33.39%(328만9097주)로 0.13%포인트 증가했다.
김 전 회장이 자사주를 매입한 것은 최근 하락하고 있는 주가를 방어하고 책임경영을 강화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빙그레는 올 1분기 실적 부진과 수출 감소 등의 영향으로 3월 이후 주가가 17.38% 감소했다. 지난 5일에는 장중 7만6300원을 기록하며 52주 신저가를 경신했다.
빙그레의 올 1분기 매출액은 전년동기대비 3.6% 증가한 1675억원, 영업이익은 26.1% 감소한 24억원에 그쳤다. 특히 1분기 수출액은 11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15.5% 줄었다. 중국향 바나나맛우유 수출이 감소하고, 브라질 법인 설립으로 남미지역 수출이 일시적으로 중단됐기 때문. 지난 2월에는 빙과류 절반 이상을 생산하는 도농공장에 화재가 발생하기도 했다.
계속된 악재로 빙그레 주가가 추락하자 김 전 회장이 주가부양 차원에서 자사주를 매입한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이번 자사주 매입이 김 전 회장의 경영 일선 복귀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김 전 회장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동생으로 지난 2008년 총선 출마를 위해 빙그레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났다. 이후 최대주주 자격만 유지해오다 지난 3월 등기이사로 6년여만에 복귀했다. 그러나 등기이사 복귀 후에도 공식적인 직함을 갖거나 뚜렷한 경영 활동은 하고 있지 않다.
김 전 회장은 지난 1992년 한화그룹에서 계열분리 당시 부채비율이 4000%를 넘었던 빙그레를 흑자 기업으로 키웠다. 회사 안팎에서는 등기이사에 복귀한 김 전 회장이 경영 일선에 나서 신사업과 기업인수·합병(M&A) 등 굵직한 현안을 처리하며 빙그레의 구원투수가 돼주길 기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번 자사주 매입을 계기로 김 전 회장이 경영 일선에 나설 가능성도 점쳐볼 수 있는 것이다.
빙그레 관계자는 “김 전 회장이 등기이사직으로 복귀했지만 어떤 직책을 맡거나 회사에 사무실을 차려 업무를 보는 등 경영에 복귀한 것은 아니다”며 “이번 자사주 매입은 주가 부양차원에서 이뤄진 것으로 짐작되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이유인지는 알 수 없고, 자사주 매입을 계기로 경영 일선에 복귀할 지 여부도 현재로서는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