델(DELL), 피앤지(P&G)는 협업을 통해 위기를 탈출한 경험이 있다. 협업이 성공적으로 이뤄진 양사를 살펴보면 최소 3가지 공통점이 있다. 먼저, 두 기업이 위기에 처했을 때 모두 최고경영자(CE0) 등 경영진이 협업의 필요성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갖고 있었다. 다음으로 목적에 따라 내부집단, 고객, 대중, 기업 등 적절한 협업 대상을 선택해야만 하고, 의견과 정보 공유가 원활한 총괄 조직 또는 시스템을 갖춰야만 하는 것이다. 양사는 다른 위기에 처했지만, 3가지 요인을 지켜 위기를 모면했다.
◇소비자에게 버림받은 델, 고객과 협업= 1984년 설립된 델은 개인용 컴퓨터(PC) 시장에서 소비자와 직접 거래하는 방식을 업계 최초로 채택하는 독특한 사업모델로 2001년 업계 1위로 올라섰다. 연평균 최고 55% 이상 성장하기도 해 승승장구했으나, 시장 위축으로 비용절감을 위해 고객 서비스에 대한 예산을 감축하면서 소비자들에게 외면받게 됐다. 2006년 4분기 경쟁사 HP는 19%로 시장점유율이 올라선 반면, 델은 16%로 하락했다.
델은 아이디어스톰에서 1835건의 댓글을 통해 운영체제 리눅스의 탑재에 대한 고객 간의 의견을 교환한 뒤, 고객 추천수가 10만건에 이르자 2007년 5월 우분투 리눅스가 탑재된 PC를 판매했다. 델은 고객 친화 경영으로 다시 긍정적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
델 CEO의 복귀 및 자금 투자 등 강력한 의지와 함께 협업 대상을 고객으로 잘 선정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델은 아이디어스톰 외에 기업 블로그인 ‘다이렉트 투 델’, 동영상 공유 사이트인 ‘스튜디오 델’ 등 모든 과정을 웹에서 진행시키는 ‘웹 2.0 기술’을 사용해 협업 과정에서의 소통의 어려움을 극복했다. 델은 2008년 미국 PC시장에서 다시 1위를 차지했으며, 당시 HP와 6.4%포인트 이상 점유율 격차를 벌렸다.
◇비용 급증했던 피앤지, 대중과 협업= 글로벌 소비재 기업인 프록터앤드갬블(P&G)은 연구개발(R&D) 비용 증가에도 매출 하락을 거듭했다. 피앤지가 다시 세계적 기업으로 일어서기 시작한 건 ‘아웃소싱을 통한 신제품 개발’을 추진하면서부터다.
이에 래플리 CEO는 대대적 혁신을 선언한다. 2010년까지 제품의 50%를 아웃소싱을 통해 생산할 것이라고 발표한 것. 피앤지는 개방형 연구개발이라 불리는 ‘C&D(Connect&Develop)’로 전환, 외부 기술과 아이디어를 활용하기 시작했다.
C&D를 운영하는 데에는 몇 가지 규칙이 있었다. 기술전문가 집단과 C&D 총괄조직을 통해 C&D를 운영하겠다는 것. 기술전문가 집단은 C&D 허브를 유럽에 한 곳, 아시아에 세 곳 설치해 각 지역의 새로운 기술, 등록된 특허, 출시 상품, 소비자 반응 등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 피앤지 상품개발에 반영했다. C&D 총괄조직은 정보의 총괄 관리뿐만 아니라 파트너들과 특허 공유 및 매매방법, 계약조건 등을 관리했다.
C&D 성공사례는 주름개선 화장품 올레이 리제너리스트가 대표적이다. 피앤지는 프랑스 소규모 벤처기업인 ‘세데르마’의 피부재생과 주름개선 기술에 관심을 두고 있었다. 회사는 C&D 총괄조직을 활용, 세데르마와의 기술협업에 따른 계약 협상을 진행했다. 이후 P&G는 이 회사와 18개월간 합작 연구를 진행, 주름개선 화장품 올레이 리제너리스트를 출시했고, 이 제품은 출시 8개월 만에 주름개선 시장에서 1위를 차지했다.
이 같은 방법으로 P&G는 연구개발 비용은 줄이고, 매출은 올리는 결과를 이끌어낼 수 있었다. 이 회사의 R&D 생산성은 2000년 25%에서 2006년 60%까지 상승했고, 외부 신제품 비율은 15%에서 35%로 증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