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급진 수니파 무장세력이 북부를 장악하고 수도 바그다드까지 위협하는 가운데 미국 정부가 자국민과 대사관 보호 차원에서 바그다드에 병력 275명을 파견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간) 국회에 보고한 공식 서한에서 “미국 시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고자 병력을 파견하며 만약에 대비해 이들은 전투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들 병력이 이라크의 치안 상태가 안전한 상태로 회복될 때까지 머무를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은 앞서 최근 대사관 경비 강화 등을 위해 바그다드에 해병대 50명과 육군 100여 명 등 약 160명의 병력을 배치했다. 주이라크 미 대사관은 건축비만 7억 달러에 이를 정도의 세계 최대 규모로 주택과 회의실, 식당, 레크레이션 시설, 사무실, 심지어 정원까지 갖추고 있다.
이번 발표는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이 이라크 사태를 논의하기 위해 이란과 협력할 수 있다고 시사한 이후 이뤄진 것이다. 그러나 미국 국방부는 여전히 이라크 사태에 대한 직접적 무력 개입 가능성에 대해서는 일축하고 있다.
케이틀린 헤이든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지상군을 다시 이라크에 투입하지 않겠다는 것이 오바마 대통령의 확고한 입장”이라고 말했다. 앞서 오바마 대통령은 2011년 이라크에서 잔류 병력을 완전 철수시켰다.
그러나 미국의 이라크 지원책 논의에 정통한 복수의 미국 관리는 “현재 고려 중인 여러 군사 옵션 가운데 특수부대 파견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고 전했다. 한 관리는 “최고 100명가량의 특수부대 요원이 파견될 수 있다”면서 “그러나 이들은 전투병이 아니며, 대사관에 소속돼 이라크군과 긴밀하게 협력하며 훈련 자문 등의 일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미국은 이날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리는 이란 핵협상에서 이란과 이라크 사태에 대해 논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