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정보 집중 논란]금융권 신용정보집중기관 설립 '갑론을박'

입력 2014-06-18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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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둥지에 안전하게”… “한순간에 다 털린다”

‘개인정보 강화 vs 대량유출 우려’

올해 초 카드사 정보유출 사태가 터진 이후 흩어져 있는 금융사들의 신용정보를 한곳에서 효율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은행증권보험카드 등에 흩어진 신용정보를 통합해 신용정보집중기구를 설립, 관리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조직 형태를 놓고 금융위원회, 은행연합회, 생명보험협회, 보험개발원 등 이해 당사자들의 자기 밥그릇 지키기 다툼이 이어지고 있다.

개인정보 강화라는 당초 금융 당국의 취지에는 동의하지만 세부 내용에서는 서로 입장 차가 크다. 중립성이 확보되고 효율성이 극대화되겠지만 개인정보 관리가 일원화됨에 따라 정보가 대량 유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이유다. 특히 보험사의 경우 신용정보와 보험정보를 구분하지 않고 일원화해 관리하게 되면 부작용이 상당할 것이라는 지적이 보험권은 물론 다른 금융권에서도 제기되고 있다.

금융협회들도 정보 집중에 반대하고 있다. 정보 이관 여부에 따라 자칫 각 협회 조직이 축소될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현재 신용정보가 가장 많이 집중된 곳은 은행연합회다. 은행은 물론 증권, 보험, 카드 등 다른 금융권으로부터 카드발급, 대출, 연체, 보증 관련 신용정보를 넘겨받아 관리하고 있다. 공공기관의 체납 정보와 파산 관련 정보도 집중된다.

금융회사는 은행연합회에 실시간으로 고객정보를 제공하는 동시에 다른 금융회사 고객의 신용정보도 조회해 볼 수 있다. 다른 금융 관련 협회들도 신용정보를 수집할 수 있지만 이들은 해당 업권내의 정보만 모을 수 있다.

이에 금융위원회는 공공성을 갖는 신용정보를 업계 이익을 대변하는 민간협회가 관리하는 건 문제가 있다는 입장이다. 카드사 정보유출 사태가 증명하듯 민간이 아닌 공공기관이 관리해 보안의 효율성과 공정성을 제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신용정보법 개정안이 지난 4월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를 통과했으며 이달 국회를 통과할 예정이다. 법 개정을 계기로 각 금융협회의 정보를 독립적인 정보집중기구로 이관하는 논의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이에 대해 은행연합회는 새로운 기구 설립에 반대 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다. 유윤상 은행연합회 상무는 “현 체제도 세부적인 사안까지 관련 규정에 따라 관리되고 있고, 구체적인 내용은 반드시 신용정보협의회를 통해 결정되므로 중립성이 훼손될 여지는 없다”고 말했다.

은행연합회는 약 1억3300만건의 개인정보를 관리하고 있다. 전체 임직원 150명 가운데 신용정보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은 절반 수준인 70명이나 된다. 정보 이관으로 이 업무가 사라질 경우 조직의 축소가 불가피하다.

보험권도 개별 집중기관이 보유한 정보를 한곳으로 일원화할지, 아니면 보험정보를 따로 관리할지 이견이 좁혀지지 않았다.

김성보 보험개발원 선임팀장은 “보험정보를 신용정보와 통합하게 되면 방화벽을 설치해도 질병정보 등 보험정보가 악용될 소지가 있다”며 “보험정보와 신용정보를 일원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개인질병 내역 등 민감한 보험정보까지 통합 관리하다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될 경우 파장이 크다는 것이다.

반면 생명보험협회는 보험정보가 질병정보 등 민감정보라는 특수성이 있다고 해서 이원화를 주장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이재용 생보협회 상무는 “보험정보만 따로 떼내 집중기관을 만들자고 하는 주장은 무리가 있다. 민감한 정보일수록 다른 정보보다 엄격하게 관리하면 된다”며 비영리 법인 설립을 통한 일원화를 선호했다.

문제는 새롭게 설립될 기구의 지배구조를 어떻게 구성할지 여부다. 어떤 구조로 가느냐에 정보 주도권 싸움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금융연구원은 △은행연합회에 종합신용정보집중기관을 맡기되 지배구조를 개선하는 방안 △비영리사단법인 설립 △각 협회가 출자한 자회사 설립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해 은행연합회에 업무 위탁 등 4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한편 금융당국은 이같은 금융권의 갑론을박에도 불구하고 별개의 기관을 설치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상 최악의 정보유출 사태로 큰 홍역을 치른 만큼 개인정보 관리의 효율성과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 전담기관 설립이 시급하다는 이유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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