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현 회장의 공백이 이어지는 가운데 그룹 내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던 것으로 알려진 노 고문의 혐의(세금포탈 등)가 사실로 확인될 경우 그룹 이미지에 또 한 번 타격을 입게 되기 때문이다.
18일 재계에 따르면 노 고문이 CJ에서 수행했던 역할은 그룹 실세로 부르기에 부족함이 없다. 노 고문은 이재현 회장 공백기에 ‘고문 경영’이라는 꼬리표를 달 만큼 이미경 부회장의 최측근으로 그룹의 경영에 관여해온 것으로 전해진다.
노 고문은 회사경영을 책임지는 대표이사나 임원은 아니지만 이 부회장 중심으로 돌아가는 현 CJ그룹 상황에서 중요한 업무를 수행해왔다. 지난해 말 지주회사 CJ의 마케팅팀과 브랜드팀을 통합했고, 이 팀을 총괄하는 역할을 수행했다. 또한 계열사 대표이사들이 결정했던 인사나 정책에 참여할 정도로 영향력이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노 고문은 2007년 오리온그룹 이화경 부회장의 부름을 받고 오리온에 입사했다. 인기 브랜드 ‘마켓오’ 등이 그녀의 작품이다. 3년 후인 2010년 노 고문은 오리온에 재직하면서 CJ 뚜레쥬르 리뉴얼 작업 컨설팅을 맡으며 CJ와 인연을 맺었다. 그녀의 일처리 솜씨에 반한 이 부회장은 각 계열사 브랜드를 리뉴얼하는 작업을 맡겼고 ‘자유롭게 일하고 싶다’는 노 고문의 뜻을 받아들여 CJ 그룹 전반의 일에 관여할 수 있게 했다.
오너 최측근으로 그룹 경영 전반을 아우르던 노 고문이 검찰조사를 받게 됨에 따라 향후 그녀의 거취가 불분명해졌다.
검찰은 노 고문 자신이 운영하는 레스토랑 창업컨설팅 업체인 ‘H 컨설팅펌’을 통해 CJ그룹 계열사와 거래하는 과정에서 용역비를 부풀리는 수법 등으로 48억원 규모의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하고 개인 소득세 5억원을 포탈한 혐의를 두고 있다. 혐의가 입증되면 이 부회장의 ‘고문 경영’ 구조가 깨질 가능성이 높고 재계는 보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이재현 회장의 부재로 CJ그룹이 이미경 부회장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었고 조직쇄신 등에 앞장서며 인사 등에 깊숙히 관여해 있었는데 이번 검찰 조사로 거취가 불분명해졌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CJ는 노 고문의 검찰 조사 소식에 노 고문의 개인적인 일로 선을 그으면서도 당황한 빛이 역력하다. 그룹 관계자는 “검찰 조사가 노 고문 세금포탈 부문에만 촛점을 맞추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다만 그룹에서 고문 역할을 했던 분인 만큼 수사 진행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