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그들을 '딴따라'로 부를 수 없다.
지난해부터 불어 닥친 코스닥시장의 엔터테인먼트 열풍 속에, 중견기업의 CEO 못지 않은 연예인 주식부호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 중에는 전문경영인에 뒤지지 않는 뛰어난 사업수완을 발휘하면서 보유주식 가치를 높이는 연예인도 눈에 띈다. 그러나 모두가 대박을 터트리는 것은 아니다. 거듭된 주가 부진으로 보유주식 평가액이 반토막이 난 연예인도 심심치 않게 발견된다.
◆배용준, 평가액 690억 독보적 1위
연예인 주식부호 중 단연 1위는 '욘사마' 배용준이다. 배용준씨는 올 3월 소프트뱅크코리아 등과 함께 코스닥기업 키이스트의 유상증자에 참여, 144만7000주(37.5%)를 배정받으며 최대주주에 올랐다.
키이스트의 주가는 이후 '욘사마' 효과로 8일 연속 상한가로 주당 8만원대를 넘어섰고, 이에따라 배씨의 보유지분 평가액도 한때 1200억여원에 달했다. 이후 키이스트의 주가는 거품이 빠지며 2~3만원대로 내려앉았다.
그러나 배씨는 지난 12일 자신이 최대주주로 있는 소속사 BOF를 키이스트를 통해 우회상장 시키면서 다시 한번 범상치 않은 수완을 발휘했다. 우회상장이 마무리되면 배씨의 키이스트 지분은 194만1200주로 늘어나게 된다. 13일 종가기준으로 평가액은 690억원. 다만 이 지분은 2년간 보호예수돼, 매각을 할 수는 없다.
◆주식갑부 1세대 이수만·주병진
배용준씨가 혜성처럼 등장했다면, 이수만 에스엠 이사와 주병진 좋은사람들 대표는 연예인 주식갑부 1세대에 해당된다.
이수만 이사는 1995년 SM기획을 설립한 이후 2000년 코스닥 상장에 성공했다. 'HOT' '플라이투더스카이' '보아' 등 수많은 톱스타들을 키워내며 회사 가치를 덩달아 커졌다. 이 회사의 주식 426만607주(33.69%)를 보유하고 있는 이수만 이사의 평가액은 336억원에 달한다.
주병진 대표도 1993년 속옷업체 좋은사람들을 설립, 1997에 코스닥에 입성했다. 주 대표는 이후 성폭행 사건에 휘말리면서 불명예를 감수해야했지만, 지난해 다시 경영 일선에 복귀했다. 주 대표의 지분 348만5916주(30.05%)의 평가액은 99억원.
◆신세대 톱스타 부호 '급증'
지난해부터 엔터테인먼트사의 코스닥 우회상장이 봇물을 이루면서, 지명도가 높은 신세대 스타들도 주식부호 대열에 잇따라 합류하고 있다.
장동건은 소속사 스타엠엔터테인먼트가 코스닥상장사 반포텍을 통해 우회상장할 때 지분을 받아, 현재 34억원의 평가액을 기록 중이다. 하지원은 주식투자로 재미를 본 대표적 사례다.
하씨는 지난해 스펙트럼DVD(현 태원엔터테인먼트)의 주식 66만5000주를 인수한 이후, 3개월 뒤 절반 가량을 매각하면서 수십억대의 차익을 챙겼다. 이 과정에서 주가조작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기도 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하씨는 아직 스펙트럼DVD의 지분 30만8000주(3.87%)를 보유하고 있지만, 보유목적이 '단순투자'로 변경됐기 때문에 처분 가능성이 높다.
보아, 이동건, 전지현, 정우성, 강타 등도 각각 소속사를 통해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손실 본 연예인도 많아
연예인 주식부호가 급증하고 있지만, 모두다 재미를 본 것은 아니다.
이재룡, 유호정 부부는 지난 5월 뉴보텍에 각각 1억원(1만8587주)씩 투자했지만, 계속된 주가 부진으로 현재는 평가액이 5000원을 밑돌고 있다. 인순이도 지난해 11월 실미디어에 5억원(24만8000주)을 투자했으나, 현재 평가액은 2억5000만원으로 감소했다.
시나비전(옛 젠네트웍스)에 투자한 이상우, 김태우, 김종국, 유오성 등도 보유 주식가치가 '반토막' 났다.
이밖에 배용준, 이수만에 이어 연예인 주식부호 3위를 기록 중인 박승대 스마일매니아 대표의 경우, 지난달 태화일렉트론의 주총에서 이사 선임안이 부결돼 향후 진로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한편 단순투자목적으로 공시의무 대상에 해당되지 않는 5% 미만의 지분을 가진 연예인의 경우, 현재 보유 주식을 처분했을 가능성도 있다. 반면 배용준씨 처럼 보호예수가 적용돼, 일정기간 매각을 할 수 없는 경우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