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수 농협 축산경제 대표 “축산업 3중고… 소비ㆍ수출기반 확대로 정면돌파”

입력 2014-06-23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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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산강국인 미국·호주에 이어 캐나다와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로 국내 축산업계의 시름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전국적으로 돼지유행성설사병(PED)이 창궐해 돼지고기값도 연일 고공행진 중이다. 국내 배합사료 가격 상승과 중국의 수입 조사료 사용량 증가 등으로 조사료 가격도 오르고 있다.

이처럼 축산업계가 나라 안팎에서 많은 도전에 직면해 있는 만큼 취임 3개월을 맞은 이기수 농협중앙회 축산경제 대표의 어깨는 무겁기만 하다. 하지만 이 대표는 최근 이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국내산 축산물의 소비기반을 넓히고 수출 경쟁력을 강화해 현재의 위기를 축산산업의 더 큰 미래발전을 위한 기회로 활용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사진=장세영 기자 )

△어느덧 취임한 지 석달을 맞았다. 취임 첫해 가장 역점을 두고 추진하고 있는 과제는 무엇인가.

“FTA 확대와 수익성 악화로 문을 닫는 축산농가들이 늘어나고 있는 만큼 우선 사료값 안정 등 생산비 절감에 힘쓸 예정이다. 국제곡물가 변동에도 안정적으로 낮은 가격에서 사료를 공급할 수 있도록 세계 최대의 타피오카 생산지인 인도네시아에 1200만달러를 투자, 현지 가공공장 인수를 추진 중이다. 여기에 알파파와 티모시 등 고급건초를 생산하는 미국 현지 사업장 인수 계획까지 성사될 경우 연간 100만톤의 조사료 수입 부담도 어느 정도 덜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남북축산 상생협력에도 관심이 많다. 정부의 대북정책 여건이 성숙될 때를 대비해 농협이 핵심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농협남북축산교류협력포럼’을 구성하고 중장기 로드맵 마련에 착수할 예정이다. 이러한 지상과제들은 지난 4월 출범한 ‘축산경제 혁신 T/F단’을 통해 발빠르게 추진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내부적으로는 비정상 관행과 비합리적 요소를 제거하는 ‘투명경영’, 성과주의에 입각한 보상가 평가가 이뤄지는 ‘내실경영’, 현장우선주의를 실천하는 ‘책임경영’등 3대 경영철학을 기반으로 창의와 혁신을 주도하는 축산경제조직으로 만들어나간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고령화’로 번식우를 키울 수 있는 농가가 줄어들고 있다는 구조적인 어려움도 있을 텐데, 사료값 안정만으로는 근본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지적도 많다.

“생축장 활성화, 사료값 안정, 송아지 생산 안정제 강화를 통해 번식 기반을 확대하려는 노력도 함께 기울이고 있다. 특히 65세 이상 노령층의 유휴 노동력을 활용, 10마리 정도의 암송아지를 입식해 우량송아지를 생산ㆍ판매하는 일명 ‘개미군단사업’도 구상 중이다.”

△세월호 사고 여파에 따른 소비위축에도 최근 돼지고기값 상승세가 계속되고 있다. 그 원인은 무엇이며 수급조절과 축산농가의 경영안정을 위해 어떠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가.

“기본적으로 4월에서 8월은 외식과 나들이 등으로 수요가 많다. 여기에 수산물의 방사능 문제, 조류인플루엔자(AI) 발생 등으로 대체재로 돼지고기를 찾는 소비자들이 늘어난 것이 큰 영향을 미쳤다. 작년 모돈 감축을 실시한데다 유행성설사병으로 공급이 줄어든 탓도 있다. 또 지난 2년간 생산두수 과잉으로 돼지고기 값이 떨어져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가격이 상대적으로 높아졌다는 것도 원인이다. 다만 돼지고기 가격은 6~7월을 정점으로 하락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로선 질병으로 인한 돼지의 폐사를 막고 생산규모를 유지하기 위해 방역에 최선을 다하고 있으며 양돈농가의 생산성 향상 차원에서 우수 종돈 분양과 지속적인 농가컨설팅에도 박차를 가할 생각이다.”

(사진=장세영 기자 )

△축산물 수입개방의 거센 파고에 축산농가의 걱정이 날로 커지고 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한 지원책은.

“미국, EU(유럽연합)에 이어 호주, 캐나다 등과의 연이은 FTA 체결로 값싼 축산물 수입이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호주ㆍ캐나다ㆍ뉴질랜드 등 영연방 3개국은 전통적인 축산강국으로, 쇠고기ㆍ돼지고기ㆍ유제품 등에 높은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중국의 경우는 지리적인 인접성이 좋은데다 엄청난 물량공세를 펼칠 것으로 보여 시장이 개방되면 국내 축산업 기반 자체가 붕괴될 수 있어 걱정스럽다.

농협은 우선 현재 협상 중인 한ㆍ중, 한ㆍ뉴질랜드 FTA에서 축산물을 최대한 초민감품목에 포함시키고 중국이 검역상 ‘지역화’를 인정하지 않도록 정부와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 또 정부에 FTA 피해보전 직불금 개선, 각종 세제지원과 규제 개선사항을 건해에 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축산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축산물 수출액을 오는 2016년까지 5000만달러로 확대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구체적인 실행 액션플랜을 듣고 싶다.

“FTA로 인한 시장 개방은 당장 축산 농가에게는 위기이지만, 국내 축산 식품 수출을 위한 기회도 될 수 있다. 축산식품의 해외 시장 개척이 활발해지는 만큼 새로운 소비시장이 확대돼 축산업계의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발전을 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축산 수출 활성화를 위해선 안정적인 수출 기반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본다. 전략은 현지 소비자들의 입맛에 막게 국가별로 수출전략 축산식품을 개발하고 수출주력 생산조직을 키우는 것이다. 신규 수출시장의 경우 국제박람회 참가, 해외바이어 팸투어 등 다양한 프로모션과 함께 ‘농협 축산식품수출협의회’ 를 구성해 수출 지원과 조합ㆍ계열사의 공동마케팅을 추진해 나가려 한다. 특히 중국 쇠고기 시장은 소비자가 1억명이나 되며 연간 35%의 증가세를 보이고 있어 고급육 시장을 겨냥한 한우 수출을 위해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말고기 시장 개척에도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안다. 그동안 우리나라에선 말고기 문화의 저변확대가 부족했는데, 어떻게 시장을 키워나갈 계획인가.

“말고기는 저지방ㆍ저칼로리ㆍ고단백 식품으로, 쇠고기와 돼지고기에 비해 지방이 절반 이하이고 아미노산도 풍부하다. 철분 함량도 높아 성장기 어린이나 여성에게 좋으며 높은 글리코겐 함량 덕에 피로 회복에도 도움이 된다. 프랑스나 일본 등에서 말고기가 남성에게는 스태미나 음식, 여성에게는 다이어트 음식, 어린이에게는 고영양 성장식으로 각광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농협은 이같은 말고기의 영양학적 장점에 위생적이고 안전한 생산과 공급 시스템을 접목해 말고기 소비 문화를 확산시키는 데 우선 주력할 계획이다. 다만 현재 말고기 소비가 전체 육류 소비량의 1%도 돼지 않는 연간 150톤 정도에 그치고 있다는 점을 감안, 기존 육류와 경쟁하기 보다는 특색있는 축산물, 틈새 육류 상품으로 포지셔닝해 나가려 한다. ”

△축산물 생산 뿐만 아니라 유통구조 개선에도 관심을 갖고 있다고 들었다. 소비자들에게 값싸고 품질 좋은 한우를 공급하기 위한 농협의 구상은 무엇인가.

“농협은 축산물 유통구조를 합리화하기 위해 지금까지 수집상과 도축장 등으로 쪼개져 있던 중간 유통단계를 축소, 산지수집에서 도축, 가공, 도매까지 전담하는 협동조합형 패커(packer)를 육성해나갈 방침이다. 기존 78~80여개의 도축장을 30여개로 통합하기 위해 폐쇄한 도축장 수 만큼 신설을 허가하는 방식으로 구조조정을 하고 있다.

이렇듯 축산물 유통 단계와 비용을 줄이게 되면 오는 2020년까지 한우 두당 유통비용을 102만7000원(현행 대비 -19.2%) 줄여 농가의 수익의 15만9000원(2.5%) 늘리고 소비자 판매가격은 86만8000원(-7.4%)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 ‘e-고기장터’라는 사이트를 개설해 인터넷을 통한 한우도매 판매를 개시한 점이 눈길을 끈다. 기대효과는.

“작년 10월 축산분야 유통혁신을 위한 IT 융합형 판매경로 개발계획에 따라 인터넷 쇼핑몰과 TV 홈쇼피이 결합한 신개념 축산물 판매 채널, ‘e-고기장터’에 대한 시범운영을 마치고 지난달 2일 공식 서비스를 개시했다. 이 사이트는 축산물 도매유통(B2B)를 목적으로 한다. 일반 소비자가 아닌 식당이나 정육점 등 대량 구매처를 대상으로 기존 오프라인 거래에서의 불필요한 유통과정을 줄여 축산물 유통가격을 낮추고 판로를 넓혀 축산 농가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일반 소비자들에 대해서는 ‘농협a마켓(www.nhamarket)’을 통해 안전한 축산물을 공급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 이기수 농협중앙회 축산경제 대표 프로필

◆학력 △1975 광주고 △1983 경기대 △1995 건국대 대학원 석사 ◆주요경력 △1983.4 농협중앙회(구. 축협중앙회) 입사 △2008.1 농협유통 전무 △2009.1 농협중앙회 축산유통부 부장 △2011.2 농협사료 감사위원장 △2012.1 ~ 2013.12 농협중앙회 상무(축산판매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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