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렛미인’, 오히려 건전하다 [이꽃들의 36.5℃]

입력 2014-06-23 06:35 수정 2014-06-23 0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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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온 ‘렛미인4-렛미남 편’(사진=CJ E&M)

“제일 마지막으로 한 게 양악 수술이에요. 양악 수술 후 이미지가 너무 많이 바뀌었죠. 턱이 바뀌니 코도 너무 높고 다 안 맞는 것 같아요. 모두 재배치를 하고 싶어요.”

과거 개그우먼 김지혜는 예능 프로그램에 나와 ‘김지혜가 성형중독이 될 수 밖에 없었던 사연’이라는 주제로 자랑하듯 털어놓은 이야기다. 뭇매가 쏟아졌지만, 드라마틱한 변화를 보인 양악수술에 대한 대중의 관심도 치솟았다.

최근 방송 중인 스토리온 ‘렛미인 4’는 매 주 또 하나의 드라마를 시청자에 펼쳐내며 방송 직후 폭발적인 화제를 일으키고 있다. ‘노안녀’, ‘여자가 되고 싶은 남자’, 등 충격적인 타이틀을 내건 프로그램 참가자가 성형수술, 스타일링 등을 통해 반전 외모를 선보인다.

성형수술을 부추길 수 있다는 비판을 내포하고 있는 ‘렛미인’이지만, 앞서 자행해온 섣부른 연예인들의 발언과 이를 담아낸 미디어의 자극성보다 건전한 수준이다. 자기만족 또는 미용만을 위함이 아닌 심각한 상태에 이르러 수술이 꼭 필요한 이들, 특히 자구력을 갖추지 못한 이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뻗치고 있기 때문이다.

보육원에서 어린 나이에 뛰쳐 나와 노숙생활을 전전하며 모텔에서 청소 아르바이트를 하던 문선영씨는 치아에 구멍이 뚫렸다는 사실을 알게 됐지만, 치료에 손을 쓸 수가 없어 전체 치아부식의 상황으로 살아왔다. 또, 구순구개열과 부정교합을 가진 채 타인의 불편한 시선을 감수하고 살아가는 박성배씨는 노골적인 말과 함께 결혼승낙마저 받지 못 했다. 어머니는 어릴 적 집을 나간 탓에 택시 기사 아버지와 함께 살면서 아르바이트를 살 이후로 한 번도 쉬어본 적 없다는 양정현씨는 심각한 부정교합으로 밥을 제대로 먹지 못 한다. 하지만 큰 비용 탓에 수술을 시켜줄 수 없는 아버지는 아들에게 늘 미안한 마음이다. 시즌을 거듭해온 프로그램에선 턱 관절이나 치아에 대한 치료가 선행돼야 하는 참가자의 경우 더욱 시급을 요했다.

이 가운데 1명만을 최종 선발해야하는 특성 상 여러 도전자의 사연을 소개하고 판가름하는 과정에서 의료진의 신중함이 돋보이는 점 역시 눈 여겨 볼 만하다. 턱을 포함해 온 몸의 털이 자라나는 여성 참가자의 경우 수술이 아닌 호르몬 치료가 시급하다는 결과로 개선점을 찾는가 하면, 자녀 출산 후 급격히 달라진 외모 탓에 남편으로부터 맞고 사는 아내에게는 부부의 정신과 진료를 진행했다. 단순한 외모 변화가 능사가 아니라는 판단에서였다. 이는 수술이 꼭 필요한 상태에 걸맞게 적절한 치료를 제안하는 과정을 부각시킴으로써 수술을 둘러싼 대중의 합목적성을 바로잡는데 기여한다.

제작진과 의료진이 탈락자에게 의료적 지원부터 정신과 치료, 직업 훈련까지 원조를 제공하는 점도 프로그램의 순기능을 뒷받침한다. 그저 “평범한 삶을 살고 싶다”며 이들로부터 외양의 변화를 이끌어내고 내면의 자신감까지 불러일으키는 점은 시청자에게 지지를 얻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들을 바라보는 주변인의 평소 시선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면서 자신의 기준에서 벗어난 이에 대한 대중의 일그러진 시각을 고스란히 반영하는 점도 현실에 동 떨어져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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